전체 글 썸네일형 리스트형 [40대의 달리기.36] 오래달리기 1. 주말에 마라톤 대회가 있었다. 도로 맞은편에 커다란 수군거림을 마주하니 규모가 큰 대회임을 알 수 있었다. 차선이 좁아지고 차들은 속도를 내지 못했지만 이해 못 할 일은 아니었다. 그것보다 달리는 인파의 복장과 자세, 움직임 따위를 살펴보는 게 오히려 재미있었다. 틈틈이 영상으로 달리기를 배우다 실물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2. 저렇게 10km, 20km, 40여 킬로미터를 달리다니. 늦어도 오전 중에 결승선을 뛰어넘을 모습과 비교하니 나의 달리기 일지가 초라해 보였다. 40km를 한 달 동안 네 번에 나눠 달린 셈이다. 그나마 매주 한 번이라도 달린 게 자랑이라면 조깅 수준으로 달리기를 익히느라 땅을 밟은 시간과 거리는 아직 걸음마 단계의 그것과 같았다. 3. 비슷한 거리를 달리면서 호흡과 자세.. 더보기 [9번의 일] 김혜진 1. 사실 나와 같은 나이대의 작가로부터 어떤 조언을 구할 수 있겠다고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장편소설이었고 작가의 회사생활은 짧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회사원이라는 부류의 한 사람의 삶은 작가의 상상력 만으로도 그려낼 수 있을 정도로 투명한가. 어떤 의미를 찾는다고 그 많은 밤과 아침과 사무실 생활을 견디는 일상은 그렇게 '그려낼' 수 있는 성격의 것이었나. 나는 뭘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하고 견뎌내려고 하는지 물었다. 2. 자주 가는 카페 사장님이 그냥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한 책이다. 대상에 맞춰서 권한 게 아니고 어쩌다 손에 들어온 그런 책에서 나는 내 앞에 10년을 앞서 살아가는 현실의 인생선배를 마주했다. 그의 선택이 이해되고 그의 태도와 일상은 더 이상 남의 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나도 그 길 위.. 더보기 [40대의 달리기. 35] 설날 달리기 1. 설날이라고 달라진 것은 없지만 무언가 새롭게 시작할 좋은 계기가 된다. 알람이 울리는 바람에 5시 30분에 깼지만 한 시간을 더 누워있다 몸을 풀고 집밖으로 나섰다. 기온도 낮고 공기질도 나빴지만 명절을 마무리하는 나만의 의식이다. 조금 두꺼운 옷을 입고 마스크를 쓰고 7시 17분부터 8시 8분까지 달렸다. 2. 뒤꿈치부터 딛고 달리기가 무릎에 안 좋다는 글을 읽고 자세를 고쳤다. 몸을 조금 앞으로 향하고 되도록 발의 중앙으로 땅을 밟고 앞꿈치로 내밀면서 달리려 했다. 3km 정도 지나고 나서부터는 종아리가 땅겼지만 끝까지 달릴 수 있었다. 속도를 내는 것도 아니고 자주 달리지도 않는데 엄살 부릴 일은 아니다. 3. 고향집 책장을 살피다 읽음직한 책들을 꺼내보니 한 수레였다. 공부고 투자라는 생각이.. 더보기 [입에서 톡 독일어 1] 나의 독일어 학습기 1. 10년쯤 전 독일 출장을 앞두고 사둔 책을 다시 펼쳤다. 올해는 어떤 외국어를 배워볼까 고민하다 눈에 띈 것이다. 잊지도 버리지도 못하던 독일어 책이다. 내가 독일어를 공부한다는 말에 독일인 지인이 "Warum, 왜?"라고 물었다. 글쎄, 아직 잘 모르겠다. 낯선 이웃을 조금 더 알아보려고 노크한 것 같다. 새로운 친구를 만들어 보려고 말이다. 2. 입에서 톡 시리즈는 멜론에서 들을 수 있다. 처음 몇 강은 설날 귀경길을 지루하지 않게 해 주었다.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였어서 Guten tag 정도는 기억하고 있었는데, Der Des Den Dem을 외면서 복잡한 규칙에 영 익숙해지지 않았다. 아직 익숙하지 않다. 어색한 것은 어색한 대로, 익숙해지는 건 익숙해지도록 시간을 들이고 있다. 3.. 더보기 [나와 세계] 재레드 다이아몬드 1. 명절에 읽을 짧은 책을 골랐다. [총, 균, 쇠]를 빌렸다가 그 두께와 빽빽한 글자에 압도되어 반납하고, 같은 작가의 책으로 바꿔 빌렸다. 좋은 책을 골라 몇 달간 씨름하는 훈련을 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책 읽는 방법을 바꿔봤다. 다른 곳에서 스트레스 많이 받고 있으니, 책은 가볍게 읽고 싶었다. 쉬지 않고, 지치지 않고 오래 읽고 싶었다. 2. 내 눈앞의 내게 중요한 세상에서, 세상이 필요로 하는 책임 있는 어른의 자세를 생각하게 한다. 불평등과 지구환경까지 생각할 수 있는 나와 세계에 대한 책이다. 한 대학에서 강연한 여러 자료를 엮은 책이라 그런지 주제별로 충분히 소화할 시간이 필요한데, 한 번에 몇 장씩 읽어내려니 메인요리가 여럿 올라간 식탁 앞에 앉은 기분도 들었다. 3. 가벼운 대화.. 더보기 [40대의 달리기. 34] 2024년 달리기 시작 1. 일요일 아침잠에서 깨어보니 7시 20분이 조금 넘어 있었다. 기온을 보고 미세먼지 수치를 보니 날이 좋았다. '무언가 하려면 오늘뿐이다.'는 생각이 말소리처럼 귓가를 맴돌았다. 아침 조깅 하나에 이렇게 거창해지다니. 달리기 일기를 열어보니 작년에도 그랬다. 겨울이 지나길 기다린 것처럼. 그리고 지난 한 해 단 두 번 달렸다. 2. 새로 산 조깅화는 일 년 가까이 외출용으로만 신었는데, 모처럼 제 용도를 찾았는지 7km 가까이 달려도 발이 편했다. 7시 59분부터 8시 34분까지 중랑교를 왕복했다. 손은 시렸지만 공기가 맑고 시야가 트여 달리기 좋았다. 오랜만이라 달리기가 어색할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금세 자세를 잡았다. 달리면서 마주한 풍경도 변함없었다. 3. 달라진 게 있다면 감정이 함께 날뛰지 않.. 더보기 [흐름을 꿰뚫는 세계사 독해] 사토 마사루 1. 회사도서관에는 기증 도서가 많다. 특히 사장님이 많은 책을 나눴는데, 그 책 중 일부엔 특유의 밑줄과 메모가 남아있다. 어쩌다 그런 책에 당첨되면 밑줄 친 문구를 외우고 싶다는 유혹을 받는다. 대화주제가 된다면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다는 마음이겠다. 이 책에는 유독 많은 메모와 두꺼운 밑줄이 남아있다. 순수한 독후감을 놓칠까 걱정됐다. 2. 논어에 문일지십(하나를 들으면 열 가지를 안다)이 있다면 이 책엔 아날로지가 있다. 다양한 인문학적 배경지식으로 풀어내는 역사 사실은 교과서와는 다른 결로 기억에 남는다. 독특한 시대 구분과 깊이 있는 해석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여러 번 읽을 자신은 없다. 아날로지라는 메시지가 분명한 책이기 때문이다. 이 단어, 회사에서도 자주 쓴다. 3. 시간이 지날수록 알.. 더보기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 김영란 1. 처음 법을 배우기로 한 시절에는 법이 무서웠다. 잘 모르면 살아가는데 손해를 보거나 적어도 나를 보호할 방패 없이 전쟁터에 서 있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법학과에서 유독 관심 있게 들은 수업은 헌법에 대한 것이었다. 모든 법이 새롭고 의미 있었지만, 헌법은 내가 사는 이 시대의 사회적 합의의 총체 같았다. 우리가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 교재를 벗어나 일상에서도 법을 읽고 싶어졌다. 회사에서 인터넷 신문을 통해 판례해설을 읽다가 문득 좋은 책을 찾고 싶어 회사 도서관에 올라갔다. 되도록 대여기간 동안 소화할 수 있을만한 책이어야 했다. 아직 법을 대하면서 지치고 싶지 않았다. 틈날 때 꺼내 한 손에 가볍게 들고 읽을 수 있는 책을 찾았다. 10가지 사례를 톺아낸 형식이라 틈내서 .. 더보기 이전 1 2 3 4 ··· 2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