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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봄이 진이

[필리핀 생활] 11개월이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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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늘이와 봄이는 방학을 맞아 한국에 갔다. 꼬박 10개월간 떠나 있던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가족에게 미안하고 고마웠다. 낯선 곳에 살기를 다짐하고 힘껏 살아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환경에 적응하고 아이를 키워내며 자신의 시간도 홀로 채워야 했던 아내, 외국어와 몸짓으로 학교생활을 이어간 아이에게 편안한 휴식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배웅했다.
 
2.
나의 퇴근일은 더 멀고 어두워졌다. 방학이 되니 왁자지껄했던 아이들 대화소리도 사라졌다. 홀로 집을 지키는 로미는 나를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하곤 곧장 자기 자리로 향한다. 함께 산책할 수 있는 시간이라야 출근 전 잠깐이 전부라 가장 요즘 마음 쓰는 일과가 되었다. 온 가족에 평평하게 사랑을 나누는 마음씀을 익히기 위해 내게 이런 시간이 주어졌다.
 
3.
가진 힘이 줄고 많은 일이 맡겨지니 혼자 있는 시간을 찾게 된다. 정갈한 하루를 연습하는 얼마 안 되는 시간을 되도록 심심하고 단순하게 보낸다. 5월 말 첫 비가 내린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우기가 시작되었다. 작년 5월부터 시작한 필리핀 생활이 이제 일 년을 지나면서 모든 계절이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익숙해진 만큼 앞으로 시간은 조금 더디게 흐르겠지.
 
4.
회사에서 부쩍 말수가 줄고 만나는 사람마다 친절하게 되었다. 필리핀 특유의 친절함이 나를 좋은 손님으로 만들어 준 것 같다. 가족이 돌아오는 새 학기는 휴양지도 다니면서 다양한 경험을 남기고 싶다. 세부와 보홀, 다바오 아포산을 오르는 상상을 한다. 이제 필리핀은 낯선 곳이 아니라 이곳 생활에 감사할 수 있는 기회의 땅으로 만들고 싶다.

봄이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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