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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08
박진
2017. 5. 8.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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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등학교 체육대회와 대학 동문 행사 안내를 받고 학창시절의 추억에 잠겼다. 할머니 심부름으로 어떤 종이를 들고 동사무소에 가서 쌀을 받아오던, 학교에서는 급식이며 장학금이며 컴퓨터에 인터넷까지 설치해주었던 일들이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가장 가난하지는 않았을텐데 남몰래 챙겨주던 선생님의 배려가 헤아려져 참 감사하다.
2.
경찰, 군인이 아니라 대학생이 될 수 있는 학교를 찾아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고마웠다. 많은 지원과 기대가 무색할 정도로 대부분이 실수고 무모했지만, 얻고 잃으면서 보낸 시간이 쉼없이 나를 통풍하며, 가질 것만 생각하는 사람으로부터 벗어나게 해 준, 성숙할 수 있었던 시간이다.
3.
20대 때 한 철, 뜻 좋은 직장에서 공교롭게도 어릴적 내가 살던 동네의 고만고만한 아이들에게 도시락을 지원해주던 날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부자가 되어 더 큰 영향력으로 그럴듯하게 역전한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내게는 마음속에 스스로 써놓은 가난한 한 줄을 지울 수 있었던 경험으로 남아있다.
4.
결국 어느 곳에도 찾아가지 않기로 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서 한 명이라도 장학금을 줄 수 있는 동문으로, 멀리서 모교 이름값하는 동문으로 지내다 마주치면 좋겠다. 고맙지만, 아직 마음속에 지우지 못한 문장들이 많이 남아 있는 듯, 나는 기뻤지만 견뎌온 그곳으로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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