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3단계(Execution) 시험이 끝났다. 2년 전 대학원 수업의 연장으로 1단계(Foundation) 시험에 통과한 걸 시작으로, 작년 PPP 과정을 수강하며 동기부여를 위해 2단계(Preparation) 시험을 본 뒤 반년 만이다. 국토부 교육에선 사업개발 사례와 PF 등 금융에 초점을 맞춰 엔지니어의 이해를 도왔다면 World Bank의 가이드의 초점은 조금 달랐다.
2.
큰 규모의 인프라개발사업에 참여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알고 사업의 시작부터 종료까지 중요한 관리점을 파악해 원활하게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가이드로 보였다. 실무에서 사업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가이드 없이도 시험에 통과할 수 있겠지만, 책으로 접근하는 내게는 적지 않은 분량의 가이드를 읽어내는 것부터 과제였다.
3.
용어와 개념을 묻는 1단계와 달리 2단계부터는 영어로 치르는 수능 언어영역 시험같았다. 190분 동안 주어진 지문을 읽고 상황에 맞는 답을 찾는 방식이다. 오픈북이지만 책을 펼쳐보기보다는 지문과 문제를 정독하고 시간 배분을 잘하는 게 요령이라면 요령이겠다. 시간이 남아 다시 처음부터 풀어보면 엉뚱한 답이 눈에 들어온다.
4.
3단계까지 통과하고 몇 일 지나 CP3P Credential이라는 배지가 생겼다. APMG에서는 2020년 초 전 세계 누적 응시생을 7만 명 정도라고 발표했는데 대부분 1단계에 머무는 상태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인증 교육기관(ATO)이 있지만 시간과 가격이 문제라면 개인이 직접 온라인으로 해볼 만하다. 나는 매 시험 바우처로 온라인 시험비용도 절반 가까이 절약했다.
5.
공부과정은 만족스러웠다. 상사와 설계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시너지를 낸다면 이런 시장에서 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 관련 업무를 경험할 기회가 없다. 전문직군의 영역으로 보이고 기업의 규모와 관계없이 큰 기회비용을 요구하는 분야로도 보인다. 기술은 없을지라도 시야는 넓게 갖자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다.
6.
미련일지 모른다. 다양한 교육 자체가 좋고 매 과정에서 새로운 사람들과의 교제가 좋았기 때문일지 모른다. 몸담고 있는 업계에서 그래도 뭔가 할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에 계속 공부했던 것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배운 것을 당장 쓰지 못한다고 푸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제 시간이 얼마 없다는 조바심이 없다고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