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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의 세월

백수의 기록.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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始動
 
철분제를 먹기 시작했다. 약물에 순수한 몸 덕분인지 귀가 얇은 성격에 작용한 플라시보효과 덕분인지, 금세 기력이 회복됐다. 오랜만에 아침부터 책상에 앉아 그동안 밀린 공부는 제쳐 두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며칠 안되는 기간 동안 배운 것은, 무리는 금물이고 꾸준함이 모든 것을 이긴다는 사실이다.
 
토익성적을 확인하고 다시 한 번 실망했다. 하지만 최악의 컨디션에서 나온 결과라고 생각하고 다음 시험에 최선을 다하기로 한다. 외국어를 공부해서 좋은 점은 똑같은 상황을 다양한 말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할 때 일본어로는 前向き(maemuki)라는 말을 쓴다.
 
긍정적 생각은,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수동적이란 느낌을 준다. 그래서 나는 前向き라고 말하며 앞을 향한다. 지난 일에 연연하면 나만 손해다. 하지만 유별나게 과거지향적인 몸을 이끌고 체력훈련을 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며칠새 힘이 줄고 무게가 늘었다. 오늘 저녁 달리기가 기대된다.
 
누구에게나 비기(秘技)는 필요하다. 게임에서 레버와 버튼의 복잡한 조작으로 만들어내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필살기같은 기술 말이다. 내게는 유도와 러시아어가 그것일 것이다. 한판승은 아직도 멀었고 러시아어는 여전히 가혹하지만, 퍼포먼스가 아닌 필살기라는 마음으로 갈고 닦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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