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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도시락, 흰 쌀밥을 꼭꼭 씹으며 '내가 왜 죽어'라고 곱씹었다. 기차 출발 10분 전까지 택시가 잡히지 않아 오늘 밤도 출장지에서 보낼 지 모른다는 아쉬운 예감이 들었을 때였다. '이거 참 어렵네. 그만 둘까'하는 생각이 습관처럼 떠오른 것은. '그만 둘까 모든 걸.'
암울한 것은 어둠처럼 순식간에 나를 가둔다. 이론도 근거도 없지만 지금까지 어김없이 내게 나타난 증상이다. '그만 둘까.' 책임감과 무감각함을 임시방편으로 삼아 꾸역꾸역 서른을 맞이한 나로서는 항상 든든한 누군가가 참 부럽다. 결국 그런 사람들을 모방하면서 살아 가는 걸 부정할 수가 없다.
사실 이렇게 글을 쓰다 보면 어떤 희망적인 것이 결론으로 기다리곤 한다. 그리고 내심 그런 결론이 나를 맞이할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문장을 열지만, 그곳에서 뜻밖의 긍정을 발견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그럼 결국 나는 그저 읽고 듣기만 하는 것이다. 혹시 남이 슬쩍 흘린 한 문장의 희망을 주울 수 있을까 해서.
연휴라고 들뜰 것도 없이, 가방에 책 한 권 넣고 출장지로 향했다. '백년 동안의 고독'이란다. 나는 분명 고독이란 단어와 헌책의 눅눅한 향기만 보고 골랐을 것이다. 나는 스스로 고독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최소한 '살아 내야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이 모든 포기의 이유인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다.
입석으로 얻은 자리 치고는 꽤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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