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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으로 세 번째다. 대학생활을 시작한 첫 해, 매주 고향가는 기찻길에 올라 그 주의 성가곡을 고르던 모습, 나의 성에 이기지 못해 그만 독창을 해버린 그날을 떠올리면 눈을 뜰 수 없는 처음 기억. 유학생활 도중 새벽기도회를 떠맡아 몇 번 씩이나 아침에 일어나지 못해 도망가고 싶던 두 번째 기억.
그렇게 내겐 자격이 없다하여 멀찌기 떠나 있었는데, 그 곳에서 세 번 째 부름이다. 햇수로 12년이 지났는데 변한 것은 없고 미안함은 쌓여오다 결국은 YES 였다. 교회에서 11명이 되는 누나 형 동생들을 위하는 순장이라는 이름이 주어졌다. 그날 이후 매일 새벽 나는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했다.
내가 하려해서 그랬던가 보다. 너는 원래 자격도 능력도 없는데, 다만 그곳에 가만히 있으면서 내가 하는 것을 보라고 말씀하는 것 같다. 조금 나눠줄테니 겸손하라고 속삭이는 것도 같았다. 그동안 잘못했다면 이제부터는 달라질테니 힘내라고 격려하는 것도 같았다. 나는 비로소 안심했다.
주어진 1년이 52주라는 초침으로 보여 벌써부터 조급하다. 첫 만남에 무슨말로 인사해야하나, 어떤 꿈을 함께 꿔야하나 고민중이다. 또 이런다. 그래도 이제는 나의 자격을 묻지 않게 되었다. 아마 오랜 시간 해결되지 못했다고 생각한 것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해결되어 버렸는가 보다. 사랑 말이다.
설정 작열. 이미 다 열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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