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협회를 통해 이식 받은 분이 건강하다는 소식을 듣고 나니, 이제 기록을 남기기로 한다. 2008년 봄이니, 총학생회장이 되고 단과대학 회장들과 건강한 관계를 맺기 위해 한창 애쓰던 시기일 것이다. 몇몇과 헌혈 한 번 하자고 했고, 몇 번 헌혈차 들러서 안면이 있던 간호사분이 기증 등록을 권해 자연스럽게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2.
그로부터 9년만에 협회로부터 기증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마음 한 편 잊지 못하고 기다리던터라 놀라지는 않았지만,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다 받은 전화라 조금 미안했다. 거의 모든 혈액 검사를 한다는데 몰랐던 병이 발견되는 건 아닌지는 걱정했지만, 협회가 걱정하던 회사와 가족의 동의는 그리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었다.
3.
이런 저런 동의를 하고, 검사를 하고, 일정을 조율한 뒤에야 비로소 기증을 할 수 있었다. 세심하게 신경 써 주는 덕에 불편함을 느낄 새 없이 퇴원수속까지 마쳤다. 입원 전에는 어떤 방에서 어떤 밥을 먹는 지 궁금해 틈날 떄마다 찾아봤는데, 한여름 4시간동안 땀흘리며 누워있던 눅눅한 침대 시트와 커다란 기계소리와 TV화면만 기억에 남아 있다.
병실을 찾은 하늘이와 봄이
4.
아내는 걱정하고, 회사에서는 대단하다 하고, 부모님은 아직 모르고 계신다. 개인적으로는 한 아이를 낳았고, 한 사람이 질병을 이기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하니 이정도면 내 역할은 다했다 싶지만, 한 번 더 요청을 한다면 기증하겠냐는 협회의 물음에 그러겠다 했다. 다음은 골수에서 채취해야 한다는데 법이 바뀔 수도 있다고 하니.
5.
기증 절차를 위해 내게 주어진 것들이 대부분 수여자의 부담이었을 것을 생각하면, 누워있는 자리고, 먹는 밥도, 어떤 혜택도 그리 편하지는 않다. 바라기는 나와 나의 가까운 누군가 이와 비슷한 절박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을 때, 그에게도 이런 기회가 한 번 주어진다면 좋겠다. 값없이 받은대로 이유없이 남겨주는 삶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