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모든 모임이 제한되는 바람에 석사모는 써보지 못했지만, 온라인으로 졸업식을 하고 우편으로 졸업증서를 받고 나니 이제야 졸업을 실감합니다. 입학은 동시에 했어도 졸업은 제각각이라, 이번에 졸업한 동기는 세 명입니다. 서른명이 조금 넘는 동기들과 그보다 조금 더 많은 외국인 학생들이 각자 목적을 갖고 학교에 모였습니다. 제 경우는 조바심, 이대로 있을 수 없다는 어떤 불안함이었고, 그 어떤 서류보다 꼼꼼하게 지원동기를 채워 원서를 냈습니다.
2.
입학 통보를 받은 날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매우 기뻤지만 회사에는 말할 수 없었습니다. 손에 익은 업무 덕분에 평일 저녁에 비교적 자유롭게 통학할 수 있었지만, 회사를 속이는 기분이다보니 결국 이직을 하고 나서야 졸업논문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직장인이 대학원을 다니는 일은 때론 본업에 충실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지나고 나니 그럴 것까지 있었나 싶습니다. 그저 청룡열차를 타고 한 바퀴 실컷 소리 지른 뒤 다시 매표소 앞에 선 기분입니다.
3.
학교 앞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씩 마시던 게 좋았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밤 9시에 시작하는 모임이었지만, 외국인 학생, 한국인 동문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수 있는 장소는 역시 강의실 밖이었습니다. 물론 현업과 관련한 수업도 유익했습니다. 외국인과 조를 짜서 발표를 하고, 새로운 학문을 접하면서 동시에 시험을 준비하는 시간은 그동안 손을 놓고 있던 색다른 긴장감을 쥐게 해주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수업을 듣는 2년이 참 빨리 지나갔습니다.
4.
특별한 활동도 많았습니다. 대부분 공무원인 외국인 학생들에게 한국 인프라시설을 소개하는 견학활동(Field Trip)이었는데, 웬만한 한국인보다 더 많은 곳을 방문하고 공식적으로 양질의 설명을 듣는 친구들이 부러웠습니다. 2학년 여름에는 해외 인턴십을 기획하고 다녀와야했는데, 조장을 자처하고 2월부터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좋은 추억입니다. 그 인연으로 해당 기관의 직원을 본교에 초청해 입학을 도왔는데, 앞으로 어떤 인연이 될지 기대됩니다.
5.
꼬박 6개월 동안 적어낸 졸업 논문은, 지난 6년 간 몸담은 직장을 마감하는 졸업앨범과 같았습니다. 잘 정리하고 싶었는지 정성들여 적었는데, 학위 논문에는 다른 종류의 논리가 필요했습니다. 이제 학문의 세계에 입문했다고 합니다. 낯선 문법을 익힌 것처럼 새롭지만, 어떻게 세계와 소통해야할 지 감이 오는 것 같습니다. 대학원을 통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그에 비하면 학위는 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