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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기록

Global Internship, Viet 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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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알았다면 쉽게 내딛지 못했을 것이다. 분주한 일상에 쫓기느라, 짧지 않은 5일간의 연차를 비워가며 쉽게 공항으로 떠나지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남들이 그려 놓은 휴양지 지도에 길을 잃고, 베트남인이 자랑하는 수도 하노이와 그 도시를 만들고 그 곳에서 생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일상을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서울 시립대학교 글로벌 건설학과/첨단녹색도시학과 석사과정)는 걱정 반 기대 반으로 하노이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베트남으로 방향을 정하고, 인턴 기관을 찾기 위해 주위를 수소문하던 때의 일이다. 어떤 인연으로 서울에서 만난 베트남 공무원과 상의하다, 마침 자신의 아내도 필자가 속한 대학원의 동문이고 몇 차례 인턴십을 주선했다는 이야기에 더 생각할 것도 없이 그 지인과 기관을 소개받았다. 하노이에 위치해 베트남 전 국토의 도시 계획을 수립하는 기관, VIUP(Viet Nam Institute for Urban and Rural Planning)와 그곳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직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3월부터 그해 여름 인턴십을 준비하고 팀원을 모집했다. 팀원 여섯 명은 건설업에 종사한다는 것 외에 각기 다른 곳에서 다른 일을 하다, 베트남에 흥미가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팀이 됐다. 혼자였다면 해내지 못했을 100여일 동안 이어진 여정을 함께한 우리는 때마침 유행한 영화를 따라 ‘팀 어벤져스’(TEAM AVIENGERS)라 이름 짓고, 필요할 때마다 영웅처럼 나섰다.

 

팀명 지은 날. 로펌 변호사 처럼 보이고 싶었다.

정말이다. 누구는 5일간의 일정에 식당 40여곳을 비교조사해 양질의 식사를 책임졌고, 누구는 DSLR로 촬영을 전담해 가는 곳마다 전용 사진사가 아니라고 소개해야 했다. 또 어떤 이는 틈틈이 단체복을 준비해 우리를 그럴듯한 팀으로 옷 입혀 주었고, 함께 하신 지도 교수님은 가는 곳마다 귀중한 특강을 열어 궁금증에 대답해 주시곤 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우리는 배부르고 많이 웃었으며 진지하게 고민하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다.

 

기관에서는 인턴십을 승인하며 한 가지 숙제를 내 주었다. [National Urban and Rural Planning System in Korea]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준비해 올 것. 상대방도 베트남의 그것을 준비할 테니, 함께 서로의 지식을 공유하자는 제안이었다. 생소한 주제에 대해 말하려 보니, 야간 수업이 끝나고, 출국 직전까지 밤을 새며, 베트남 카페에서도 각자 맡은 분야에 매달리느라 예민해지기도 했지만, 시종일관 진지하게 듣는 담당자들의 모습에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꼈다.

 

그들의 당면한 과제라고 했다. 자신은 생존을 위해 계획하고 있으니 한국의 경험을 들려 달라는 진지한 요청이었다. 나의 부족한 자격을 묻기에는 마주한 자리가 주는 현실감이 어떤 역할이라도 맡아 줄 것을 요구하는 듯했고, 우리는 그날의 만남이 새로운 교류의 시작이라는 데에 동의하고 나서야 그 자리를 일어설 수 있었다. 그로부터 우리가 당연한 듯 누리는 한국의 제도와 시설이 어떠한 노력의 산물인지를 깨닫게 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수년 동안 한 길로 기반을 닦아온 한인 기업 담당자와의 만남은 담담했다. 어떤 분은 다시는 그 곳에 오지 않을 것 같다고 했고, 어떤 분은 그럼에도 그곳을 손에서 놓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오직 신뢰로 수 년을 기다려 기회를 얻은 분과의 만남과, 앞으로 더욱 원조의 폭과 너비가 커져야 한다고 말하는 목소리에서는 적잖은 기대가 느껴졌다. 개발과 발전의 입김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 그 땅은 아직도 수많은 사용권자의 사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TOP of HANOI에서 바라본 도시

가는 곳마다 새로운 음식과 낯선 풍경이 우리를 맞이했지만 정작 그들에게는 매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찾아오는 수많은 관광객 중 하나였다. 그다지 반가울 것도 없는 도심에 시원하고 편안한 곳을 떠나, 그 구석구석을 걷다 만난 새롭고 때론 놀라운 경험은 오히려 짙은 고수 향처럼 몸에 베어 오토바이 경적이 울릴 때마다 나를 멈춰 서게 한다. 수료증을 받으며 뒤돌아보니, 전문가라 할 수 없지만 진일보한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아마 그 걸음을 기억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바쁜 일상은 내가 언제 자리를 비웠냐는 듯 무심하지만 쉼없이 덮쳐 온다. 직장인이면서 학생이라는 것은 때로 그 쉼 마저도 덜어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상이라는 급류에 잠겨 있던 내 머리채를 잡아 올려 새로운 숨을 쉬게 해 주었다. 베트남에서 보낸 일주일 동안 알게 모르게 큰 호흡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우리는 스스로 어벤져스라고 불렀지만 사실 이 기회가 우리에게 영웅이었다고 고백한다. Cảm ơn bạn việt 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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