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올해 우리 부부는 결혼 10주년을 맞이한다. 유럽으로 신혼여행을 떠나며,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모른다는 현실의 불안함을 감추려 10년 뒤에 다시 가자 했는데 어느새 10년이 지났다. 현실이 녹록지 않았기 때문일까,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에 온 가족을 달래 가며 여행을 떠났다. 아이가 책에서 읽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오스트리아로 향했다.
![](https://blog.kakaocdn.net/dn/bqSteu/btsHESkYNr1/An21xsxJGBBqeEMZrQp130/img.png)
2.
가장 경제적이고 가장 호화스러운 여행을 계획했다. 항상 그랬듯이 회사일로 신경을 못쓰는 사이 아내는 인터넷에서 오스트리아 이곳저곳을 뒤져서 그럴싸한 일정을 만들어냈고 나는 때맞춰 결제하고 엉뚱한 계획을 말했다. 모든 준비를 마치자 갑자기 출장과 해외일정이 잡혔다. 나는 한 달 동안 비행기를 10번 타고 4개국을 돌아다니는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3.
고백하자면 나를 위한 여행이었다. 지난 몇 년, 특히 몇 달은 이 여행만을 바라며 견뎠다. 아이는 먼 거리를 날아오며 멀미로 고생하고 아내는 하루에 2만보씩 걸어 다니며 피곤했는데,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여행에 의미를 부여하고 가족과의 시간을 장식하느라 일주일 여정이 유독 빠르게 지났다. 유럽 1주일은 짧다지만 한 나라를 경험하는 데는 부족하지 않았다.
4.
예상과 달리 화창했던 5월 초, 우리는 많이 걷고 사진 찍고 함께했다. 새벽에 깨고 밤이 힘겨웠지만 정해놓은 일정은 모두 소화하는 여행가족이 되었다. 다음엔 휴양지에 가자는 아내와, 미리 몇몇 나라를 점찍은 아이 사이에서 나는 다시 유럽여행을 꿈꾸기 시작했다. 멀리 나와 낯선 사람들 사이에 이방인으로서 나를 마주하는 기회를 찾아 나는 또 모험을 시작한다.
![](https://blog.kakaocdn.net/dn/sKiak/btsHCBegvpH/lSNIMh7QfHxXKtoh4qb81k/img.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