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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기록

춘천마라톤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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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애호가의 계절이 돌아왔다. 봄이 오면 겨우내 체육관에서 훅훅한 공기를 마셔가며 달리던 주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긴 시간 러닝머신 앞으로 난 창문 밖으로 바깥세상을 바라보고 달리느라 얼마나 답답했을까. 그 길로 난 길을 밟고 달리기를 얼마나 기다렸을까. 그렇게 달리기에 푹 빠진 사람들이 기다리는 것이 또 있으니 바로 이름난 마라톤대회이다. 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지만, 같은 즐거움을 기대하는 수천수만 명의 주자가 함께 달리는 기쁨은 대회에 참가해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기분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춘천에서 열리는 '조선일보 춘천마라톤대회'는 그 역사나 아름다운 코스로 유명한데, 올해 대회의 참가접수를 이달 초부터 시작했다. 올해 대회는 10월 24일 일요일에 열리며 오직 풀코스만 달려야 하고 선착순 2만 명만 신청할 수 있다. 참가비는 4만 원.

 

나도 이번에는 기회를 놓칠 수 없어 서둘러 신청했다. 비록 오늘, 올해 들어서 처음으로 바깥을 달려보았지만 춘천마라톤 완주를 목표로 한 레이스를 시작한 셈이다. 벤지 더던의 분석에 따르면 한 시간에 10km 정도를 달릴 수 있다면 걸어서라도 풀코스를 완주할 수 있다는데, 시간도 15주 정도 남았겠다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달려서 결승점에 골인하리라. 풀코스를 달리기는 처음이지만, 내게는 이번이 두 번째 마라톤 대회이다. 내 첫 경험은 군시절에 참가한 4.15 기념 (이날은 사단 창설일이다.) 마라톤 대회였는데, 운 없게도 대대장 옆에서 달리다 페이스를 못 맞춰 하프코스에서 5km를 내리 걸었다. 평발인 내 발을 탓하기도 하고, 신발 탓도 해봤지만 결국 준비가 부족했던 것, 이번 대회는 꼭 완주(完走)해야지.

 

나는 평발이다. (나는 전설이다를 생각했다.) 그리고 뾰족구두를 신지도 않는데 끝이 모아지는 발모양을 하고 있어 항상 발이 피로한데, 이봉주를 보면 이 또한 핑곗거리가 될 수 없겠더라. 많은 도구도 없이 작년에 마련한 마라톤화를 신고, 선글라스를 끼고 달려 나갔다. 오늘은 달리는 감만 찾겠다고 3-40분 슬슬 달렸는데, 이제 마라톤 대회에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사실 힘들어서 가슴이 터질 것도 같았다.) 머리와 입으로만 계획했던 도전이 내 발까지 내려오는 데 일 년이 걸린 것이다. 달리기 시작했으니 결국엔 완주한다는 확신이 생겼다. 이제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지만 첫 발을 내딛지 못하는 사람에게, 오래전 나로 하여금 마라톤에 도전하게 해 준 한마디가 도움이 될지 몰라 적어본다. 가슴 터질듯한 도전을 해보고 싶다면 지금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가라. 달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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