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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을 꿰뚫는 세계사 독해] 사토 마사루 1. 회사도서관에는 기증 도서가 많다. 특히 사장님이 많은 책을 나눴는데, 그 책 중 일부엔 특유의 밑줄과 메모가 남아있다. 어쩌다 그런 책에 당첨되면 밑줄 친 문구를 외우고 싶다는 유혹을 받는다. 대화주제가 된다면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다는 마음이겠다. 이 책에는 유독 많은 메모와 두꺼운 밑줄이 남아있다. 순수한 독후감을 놓칠까 걱정됐다. 2. 논어에 문일지십(하나를 들으면 열 가지를 안다)이 있다면 이 책엔 아날로지가 있다. 다양한 인문학적 배경지식으로 풀어내는 역사 사실은 교과서와는 다른 결로 기억에 남는다. 독특한 시대 구분과 깊이 있는 해석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여러 번 읽을 자신은 없다. 아날로지라는 메시지가 분명한 책이기 때문이다. 이 단어, 회사에서도 자주 쓴다. 3. 시간이 지날수록 알.. 더보기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 김영란 1. 처음 법을 배우기로 한 시절에는 법이 무서웠다. 잘 모르면 살아가는데 손해를 보거나 적어도 나를 보호할 방패 없이 전쟁터에 서 있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법학과에서 유독 관심 있게 들은 수업은 헌법에 대한 것이었다. 모든 법이 새롭고 의미 있었지만, 헌법은 내가 사는 이 시대의 사회적 합의의 총체 같았다. 우리가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 교재를 벗어나 일상에서도 법을 읽고 싶어졌다. 회사에서 인터넷 신문을 통해 판례해설을 읽다가 문득 좋은 책을 찾고 싶어 회사 도서관에 올라갔다. 되도록 대여기간 동안 소화할 수 있을만한 책이어야 했다. 아직 법을 대하면서 지치고 싶지 않았다. 틈날 때 꺼내 한 손에 가볍게 들고 읽을 수 있는 책을 찾았다. 10가지 사례를 톺아낸 형식이라 틈내서 .. 더보기
[한국이 보이는 세계사] 최재호 · 이성호 · 윤세병 1. 몇 달 전 사촌형이 한 번 읽어보기를 권했을 때는 새로 나온 책이거나 지인의 책을 소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대로 책장에 꽂아두고 가끔 책표지 눈치만 보다 새해가 왔다. 큰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으로 책장을 넘겨보니 나의 한없는 무지가 펼쳐졌다. 알고 있었다고 착각한 것들이 진수성찬처럼 차려져 있었다. 2. 세 분의 역사선생님이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근현대 세계사를 설명해 주는 책이다. 그동안 몰랐던 역사적인 사실과 용어를 알 수 있고, 일부러 찾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소위 강대국이 아닌 나라의 역사를 알 수 있다. 그늘은 누군가 들추지 않는한 볕이 들지 않는다.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선생님들의 메시지가 좋았다. 3. 근현대사에 관심을 갖는 것은 현재라는 결과를 낳은 가장 직접적인.. 더보기
방송통신대학교 자퇴, 편입 1. 지난 학기 처음으로 출석수업에 참석했다. 과제도 내고 진도에 잘 맞춰 수업을 들었다. 그리고 기말시험을 맞이했다. 업무를 마치고 곧바로 학교에 갔지만 지각생 입장마감 시간을 1분 남겨놓고 시험용 태블릿에 접속했다. 첫날 세 과목 시험을 치르고 두 번째 시험에는 가지 않았다. 그날 중요한 일정은 없었다. 하지만 끝이 없는 보충수업 같아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2. 처음엔 학점 욕심이 없었다. 졸업해도 그만 유보해도 그만이라는 생각이었다.2023.01.27 - [공부기록] - 방송통신대학교에 다니는 직장인이야기 하지만 학점을 얻지 못하고 시험일에 참석하지 못하는 상황이 부담을 키웠다. 2년 동안 공부한 결과가 발목을 잡고 앞으로 나아갈 동기를 막는 것 같았다. 학기가 지날수록 점점 부담이 쌓여 결국 자퇴.. 더보기
마흔에 읽은 헤르만 헤세 1. 매년 연말이면 결산을 하듯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직을 하고 2년이 지나 마흔이 되었다. 나와 가정, 회사와 사회생활에서 균형을 잡는 건 쉽지 않다. 물이 가득 찬 냄비를 머리에 이고 걷고 뛰는 모습이다. 한쪽이 흘러넘칠 때쯤 다른 쪽으로 발을 내딛는다. 앞으로 가고 있다는 믿음에 흠뻑 젖은 모습 따위 개의치 않는다. 2. 어디쯤 왔는지, 어디까지 달릴 수 있는지, 이 방향이 맞는지 고민은 점점 어려워진다. 지금을 어떻게 살아내느냐가 중요하다는 건 알겠다. 내가 중요한 일을 하는 게 중요하지 않다. 나와 주변을 중요하게 여겼느냐에 무게축이 옮겨간다. 남는 것과 남기는 것에 미련을 두지 않게 된다. 어떤 환경을 물려주느냐에 관심을 갖게 된다. 3. 제대로 부딪혀 본 적 없는데 벌써 종점이 보이는 .. 더보기
멕시코시티에서 보낸 열흘 1. 떠났다. 2019.10.08 - [사회생활] - 2019 FIDIC YPMTP, Mexico city 혼자서 몇 개월 스페인어를 배우고 비행기 티켓을 끊고 현지 민박을 정할 때까지 회사에는 말 못 하다가 결국 휴가를 내고 남미로 향했다. 16시간 비행 끝에 도착한 멕시코시티는 데낄라를 양껏 마셔도 모두 증발할 것 같은 가을날이었다. 해가 내리쬐지만 시원한, 걷기 좋고 흥얼거리기 좋은 날이었다. 2. 민박집에 짐을 풀고 동네를 훑었다. 하루 먼저 도착한 형님은 Zona Rosa에 대해 이미 많이 조사한 뒤여서 이곳저곳 볼거리 먹거리를 알아내고 동생들을 챙겼다. 맥주며 타코, 향신료 향이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고, 지구 반대편에서 온 탓인지 일상이라는 중력에서 벗어난 기분으로 음식을 맛보고 거리를 살.. 더보기
종이 없이 일하기 연습 1. 작년 나의 일하는 방식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회사에서 태블릿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하여간 팀 이름이 문제다. 디지털기획팀이라는 작명은 물론 내 탓이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과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좋을지 모르겠어서 일단 이름부터 정했다. 그리고 장비를 사기 시작했다. 집에서 영상도 보고, 아이가 디지털콘텐츠(게임)에 낯설지 않도록 한다는 핑계도 있었다. 2. 올해는 더 심해졌다. 매년 나눠주는 다이어리도 받지 않았다. 사무용 필기구도 대부분 정리했고(사인을 위한 굵은 볼펜과 몽당연필만 몇 자루 남았다.) 책상 위에는 와이드 모니터만 올려두었다. 책상 위를 비우니 다른 곳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불필요한 활동과 관심을 줄일 수 있을까. 주의력을 뺏기지 않으면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로.. 더보기
[고민하는 힘] 강상중 1. 외근을 마치고 난 직후였다. 이대로 회사에 복귀한다면 퇴근시간은 조금 지나겠지만 야근으로 잔업을 마치면 후련할 것 같았다. 그런데 그날은 수요일이고, 딸아이 발레수업이 있었다. 발레학원으로 간다면 오랜만에 발레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분명 두 번째 길이 나의 길이다. 하지만 나는 두 갈래 길을 두고 30분 동안 고민했다. 2. 어떤 선택이 맞는지 고민이 고민을 낳았고, 나와 일, 가정과 나의 역할까지 열심히 고민했다. 기왕 같은 방향으로 가는 전철에 탔으니 끝까지 생각해 본 것이다. 내게 익숙하지 않은 선택을 해보기로 했다. 익숙한 것(의심 없이 회사로 가는 것)과 반대로 선택하자는 게 고민의 결론이었다. 내 머리에서 나올 수 있는 것들은 대체로 따분했다. 3. 새벽에 잠에서 깨더라도 알람시각까..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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