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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여섯 번 째다. 하지만 이번에도 바늘을 꽂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다. 혈액내 헤모글로빈 수치가 부족해서이다. 성인 남성의 혈액내 헤모글로빈 평균 수치가 12.9~16.9g/dL라고 하고, 헌혈을 하려면 전혈은 이 수치가 12.5g/dL, 혈장은 12.0g/dL이상이어야 한다. 나는 오늘 10.3g/dL이다.
이십대 후반을 넘어서고부터 헌혈을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그래서인가, 전혈 헌혈만 고집하다가 올해부터는 혈장헌혈이라도 할 수 있다면 한다. 내 만족을 위해 헌혈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가 하고 싶을 때 항상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스물 다섯 번을 채우니 이제 젯밥에 관심이 더 간다. 서른 번 째에 준다는 헌혈 포장증도 받고싶고, 매달 개봉하는 헐리우드 신작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건 헌혈의 소소한 보람이다. 그래도 내 혈액이 어딘가에서 필요한 일에 쓰인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일 것이다.
운동을 많이 하면 땀을 통해 철분이 많이 빠져 나간다고 한다. 혹자는 나 자신을 너무 혹사시키는 것 같다고 한다. 이게 오히려 잘하는 거라는 생각이 나를 피곤하게 하지만, 노력이라는 이름으로 멈출 수 없다. 나는 오늘도 제 피를 태우는 피로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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