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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흘낏 올려 보고 러닝화로 갈아 신었다. 하지가 내일 모레인데, 오늘 저녁 하늘은 비라도 곧 내릴듯 흐리고 공기도 무거웠다. 마침 일주일에 두 번 달리기로 한 수요일 저녁이다. 슬럼프라고 몇 주 빼먹었으니 이를 막물고 길을 나섰다.
집에서 논길을 따라 15분 쯤 걸어나가면 미완성된 4차선 도로가 있다. 드나드는 차도 별로 없는 포장도로다. 나의 달리기 코스는 내 보폭으로 420걸음 사이에 있는 구간이다. 지도를 찾아보니 350m정도란다. 왕복 700m의 그럴듯한 트랙이 펼쳐져 있다.
직선도로는 달리기 힘들기에 앞서 심심하다. 그동안 배운 지식을 동원해 나름의 달리기 훈련표를 만들었다. 내년 체력시험까지 당장 중요한 건 정해진 시간동안 정해진 거리를 주파하는 것이지만, 무작정 신발끈 질끈 동여매고 달릴 순 없다. 나는 자세도 스피드도 지구력도 함께 키워야하기 때문이다.
처음엔 전속력으로 두 번 째는 보통으로, 그리고 세 번 째는 걷기와 런지를 병행해 팔과 다리 자세를 잡는다. 이렇게 약 2km를 달리면 한 세트, 3 세트를 반복한다. 다리가 후덜덜한다. 문득 초등학교 3학년 운동회에서 처음으로 받은 도장이 떠올랐다. 3등이었다. 다음 시험에선 1등을 하고 싶다.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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