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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의 세월

백수의 기록.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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目的


요즘 나는 매일 뒷산에 오른다. 처음엔 아침잠을 줄이려고 시작한 일인데, 이제는 하루의 필수일과가 되었다. 일출에 맞춰 고갯길 정상에 오르면 동트는 쪽에 서있는 치악산 산등성이 붉게 물드는데, 그때 숨 한 번 들이쉬고는 집으로 향한다. 오늘도 힘내야지 속으로 다짐하면서.


며칠 전 수능, 폐암으로 투병중인 한 수험생의 이야기가 지워지지 않는다. 간절한 삶의 목적(目的)을 가진 그는 어떤 장애물 앞에서도 무릎꿇지 않겠지. 하지만 매년 이맘때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젊은이들의 사연에 온사회가 가슴을 앓기도 한다. 기대에 못미친 결과에 그들은 얼마나 절망했을까.


같은 시험이라도 누군가에겐 목적이고 다른 누군가에겐 수단이다. 분명, 목적은 꿋꿋하게 삶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되고, 수단은 어떤 일의 경중을 지나치게 확대시켜 한 번 실수가 먼 앞날까지 아득하게 보이도록 만든 것이다. 얼마나 많은 소중한 것들이 수단 앞에서 빛을 잃는가.


산을 내려오면서 나는 담담한 확신에 차오른다. 나의 한 조각을 찾은 것도 같고, 내 인생의 하나의 퍼즐을 맞춘 것도 같기 때문이다. 지난 시간 나의 길은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충만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든든했다. 내겐 이 삶 자체가 목적이라는 확신이 내게 큰 힘을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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