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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의 세월

백수의 기록.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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謙遜


2차 면접을 보고 왔다. 제 답변에 스스로 만족했는지 벌써부터 기대감이 차오른다. 3차 면접에서는 이렇게 대답하고, 수영테스트에 앞서 새 수영복을 사야지, 입사하면 어디서 집을 구하고, 보험을 들어 부모님 걱정을 덜어드려야지. 욕심이라고 하기엔 너무 소박한 기대감이다.


죽도를 잡은 지 6개월 만에 겸손(謙遜)함을 잃었다. 조금 빠르다는 생각에 다함께 하는 빠른머리 리듬을 깨뜨리고 마음껏 내려치고 받은 지적이다. 그날 명상시간은 내게 따끔하지만 개운한 한방침과도 같았다. 스스로 원래 겸손하다는 착각에 빠져있던 것이다. 그저 그럴듯한 가면을 쓰고 있던 건 아니었나.


좋은 말로 자신감이고, 적나라하게 오만하다고 한다. 그 나쁜 버릇, 그 건방진 행동, 예비 사회인으로서의 그 미흡한 자세까지, 크고 작은 많은 일들의 원인을 나의 오만함에 떠넘기고 싶다. 내가 다시 찾아야 할 것은 겸손함이라는 것을 알았다. 교묘한 탈이 아니라, 갈고 닦인 인성 말이다.


태어나서 처음 깨달았다. 아마 초심은 조금 달랐겠지만, 몇 개월만에 돌아온 가면을 벗은 모습을 대하고 나니, 존경받는 어른들이 더욱 존경스러워진다. 면접과 면접 사이에서 나정도면 되겠지라는 생각을 버린다. 다시 러시아어 단어책을 들고, 컴퓨터활용능력 예제를 들춰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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