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發見
큰 돌 조각들이 흩어져 박혀있는 것을 보아 오래전에 무슨 터가 있었나보다. 항상 오르던 고갯길을 조금 벗어난 그곳에 능선을 따라 밤송이가 떨어져있고 키 큰 나무들이 편안하게 서 있다. 사람의 발길이 오래 닿지 않은 듯, 나는 스며드는 햇살을 즐기며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
늦게까지 이어진 동창모임에 지쳐 휴식을 찾아 나선 길에 발견(發見)한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누구는 집을 사고, 누구는 아직 군복무중이고, 누구는 결혼하고, 누구는 이번 취업시즌에 사활을 걸고 있었다. 나는 웃고 떠드는 게 나의 전부인 것처럼 앉아 있었다.
나무는 내게 고집을 버리라고 하고, 친구들은 내가 특별하다고 한다. 나를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사색을 즐기고 사람을 좋아하고, 가만히 앉아있기보다 돌아다니며 의미찾기를 좋아하는 보통사람의 평범한 그것 말이다. 하지만 이것이 나의 숨을 틔워주었다.
특별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어루만져주는 듯하다. 자아의 발견이 특별한 개성만을 찾는 건 아니라고. 특별한 힘은 결국 공통점에서부터 나온다고. 떠밀리듯 특별해지기를 강요한 집착에서 벗어난 것도 같고, 하나의 희망이 지는 것 같아 아쉽기도하다. 나도 취업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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