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일기쓰기

728x90

1.

일기를 쓰니 참 좋다. 새해 다짐이면서, 오랜 시간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SNS에 매달리던 내게 스스로 내건 대안이다. 매일 짧고 빠르게 그날의 다짐과 소회를 적기 시작했다. 처음 며칠간은 아침 출근전에 그날의 다짐과 계획을 적었는데, 그새 느슨해져서 요즘은 그날 밤에나 다음날 아침에 쓴다. 일주일에 한 번 지난 일기를 들춰보면, 내가 어디에 신경을 쓰고, 소홀한 지를 알 수 있다. 누군가 볼 수 있다는 긴장감에 아직 속마음이 잘 드러나지 않지만, 온라인에 비하면 훨씬 솔직하다. 쓰면서 힘이 생기고, 스스로 치유한다. 일종의 자정의 시간인 셈이다.


2.

SNS속 세계는 힘들었다. 그속에서 느낀 피로감, 반복적으로 주입되는 타인에 삶의 일부가 무의식적으로 복잡하고 대게는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켰고, 그 영향력은 나의 실제 세계까지 장악하려 했다. 나의 것을 찾는 일에는 소홀했던 탓인지, 요 며칠간 일기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단어는 [나의]이다. 꾸며 쓰지 않고, 신경쓰지 않으니 글쓰기가 힘들지 않다. 다만, 내 생각의 속도보다 볼펜 끝이 더 빨리 미끌어지니 생각의 갈피를 잘 잡아야 하고, 가장 솔직한 단어를 찾아 적으려니 정확한 단어를 찾아 많은 시간을 들일 때가 있다.


3.

오랜만에 SNS에 글을 올린 지 20분만에 지워야 했다. 끊임없이 누가 들여다 봤을까 생각하느니 차라리 지우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온라인에서 대화하는 일에 소질이 없는 나는 내게 맞는 방식으로 소통하려 한다. 매일 점심 저녁으로 가족과 대화하고, 일주일에 한 두 번 직장 동료들과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고, 한달에 한 두 번 오랜 친구에게 전화하고, 일년에 한 두 번 아직 연락처에 남아있는 지인들에게 문자를 보내는 게 전부일 것이다. 일기는 아마 가장 자주하거나 가장 오랜 뒤에 남길 나의 말이 되겠지.


나의 일기는 펜으로 산에 간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