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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히 장례를 치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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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장인어른께서 돌아가셨습니다. 담도암 말기라고 진단받는 자리에서는 남은 수명이 7~8개월이라 했는데, 채 6주를 견디지 못하셨습니다. 진통제를 소화 못하시는 단계에 이르러서는 조금 편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에 호스피스에 모셨는데, 입원 후 이틀 간 섬망증상을 보이시던 아버님은 마지막 진통제를 맞으시곤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셨습니다. 병실에 들어가기 위해 그날 오전 코로나 검사까지 받아둔 두 딸은 결국 병실 창밖에서 전화기를 통해 마지막 말을 전해야 했습니다.

 

2.

어떤 준비도 못한 채 임종 소식을 맞이했습니다. 간단히 짐을 챙겨 병원으로 이동하며 장례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가까운 장례식장에 빈소를 정하고 장지를 예약하는 일은 해본 적 없더라도 맏딸의 사위로써 해야할 일이었습니다. 대략의 일정이 잡히고 난 뒤 친지와 가까운 지인에게 부고를 알렸습니다. 길을 잘못 든 탓에 장례식장에서 보내준 앰뷸런스 보다 빈소에 늦게 도착했습니다. 먼저 오신 고인을 확인하고 안치실에 모신 뒤 임시 상주란에 제 이름을 적었습니다.

 

3.

장례식장 직원을 통해 가까운 화장터에 화장을 예약했습니다. 영정을 미리 준비해 두어 빈소에 꽃장식을 할 수 있었습니다. 장례용품과 음식 등을 정하고 그날 밤 찾아온 조문객을 모셨습니다. 그 사이 이곳 저곳에 장례 절차를 물어가며 궁금해하는 가족들에게 남은 이틀이 어떻게 지나갈 지 알렸습니다. 둘째날 입관을 하고 그 다음날 오전, 화장 예약 시간보다 2시간여 빠른 시간으로 발인 시간이 정해졌습니다. 입관예배와 발인예배 시간을 정하고 이틀 밤 빈소를 지켰습니다.

 

4.

젊은 시절 먼 바다까지 배를 타고 다니시던 아버님의 유골은 해양장으로 인천앞바다에 모셨습니다. 널리 알려진 방식이 아닌지, 직원과 통화하고 하루 전 예약을 확정하는 것으로 더 준비할 것이 없었습니다. 정해진 부표 앞까지 다가간 전용 선박 안에서 장례예배를 드리고, 온 가족이 아버님의 유골을 세 줌씩 바다로 흘려 보내드리며 아버님을 보내드렸습니다. 기적을 울리고 부표 앞을 두 세 바퀴 도는 것으로 해양장 장례식이 끝났습니다. 한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5.

눈길 닿는 곳마다 가장의 빈 곳이 느껴지는 처가댁에서 며칠 머물다 돌아왔습니다. 생전에 사랑하시던 손주는 하루에도 몇 번 씩 장례식 얘기를 합니다. 처음 익히는 말이고, 많은 사람들이 슬퍼하는 자리였으며, 처음으로 배를 타 본 봄이에게는 모든 것이 낯선 경험입니다. 우리는 왜 검은 옷을 입느냐는 물음에 천국가는 할아버지가 주인공이라고 대답해 주었습니다. 이제 남은 가족이 일상을 회복하고, 앞으로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아갈 일만 남았습니다. 섬기며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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