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운동기록

한강크로스스위밍챌린지 후기

728x90

1.
한강을 헤엄쳐 건너겠다. 언제 다짐했는지 분명하지 않지만 새벽수영하면서 세운 희미한 계획이 떠오른다. 반년 전쯤 센터 수영장을 임시 운영할 때 수업이 없어서 쉼 없이 레인을 왕복한 게 계기다. 주말마다 자유수영으로 2~30바퀴씩 왕복하면서 장거리 수영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서울에 사니 한강을 건너자고 한 건 순진한 발상이었다.
 
2.
새벽 수영 1년 기록을 남긴 게 엊그제 같은데 그새 또 1년이 지났다. 연차가 쌓인다고 실력이 따라서 늘지는 않는다. 조금 좋아졌나 싶다가도 연습에 따라가기 힘든 날이 반복됐다. 그러다 장거리 수영을 맛보고 영법과 훈련이 아니라 체력을 키우기 위한 수영을 경험하고 싶어졌다. 한강을 건너는 건 남다른 의미를 남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잠실대교 아래에서

3.
작년부터 접수를 받아서인지 4월에 신청했는데 마지막 조에 배정되었다. 한 주 내 무더웠지만 대회 당일 아침부터 장대비가 내렸다. 혹시나 취소될까 기대했는데 행사를 끝까지 진행한다는 문자를 받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행사장을 찾았다. 오리발도 없는 맨몸 참가자라 끝자리에 섰다. 3,300명이 참가했다고 한다. 나는 마지막에서 열 번째로 건너온 것 같다.
 
4.
슈트도 오리발도 없이 맨몸으로 완영만 바라고 헤엄쳐 나갔다. 손끝까지만 보이는 어둑한 물속에서는 놀라게 하듯 찬 물이 몸을 감쌌고 보트가 지날 때마다 강물이 출렁여 수면 위 알 수 없는 거품과 한강의 물맛을 느끼며 조금씩 앞으로 나갈 수 있었다. 가빠지는 호흡을 가다듬느라 2~30m마다 서있는 부표에 거의 빠짐없이 들러 쉬었다.

신나는 행사였는데 꽤 떨렸다

5.
수영실력은 그저 그런데 포기하지 않았을 뿐이다. 무모함이 불러온 위기감과 맨몸으로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이 뒤섞였다. 다음은 조금 덜 무서울 것이다. 계속 시도하면 끝까지 쉬지 않고 완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주말도 지난 대회의 경험을 떠올리며 자유수영을 다녀왔다. 고개를 더 들고 팔을 더 뻗고 힘들더라도 쉼 없이 발을 찼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