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간은 나를 한참이고 길가에 세워 뒀다. 어디서 누군가 흘려 놓고 갔을 인생의 가르침이라도 있다면 주워 올 생각이었다. 마냥 서고 앉아 있기가 무료해져 나는 걷기 시작했다. 이 길은 나를 이룬 거의 모든 시간을 걸어 온 동네길이 아니던가.
많은 생각들이 들어왔다 나가기를 반복했다. 처음 며칠은 이상하리만큼 추웠고, 다음 며칠간은 더웠다. 내게도 우리 동네에도 봄은 오지 않았다. 첫째날은 내가 불쌍하게 여겨졌다. 세상 만사에 불만이 가득하지만 독불장군도 되지 않는, 누구도 편들어 줄 것 같지 않은 모습이었다. 아무리 들여다 봐도 이전이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하지 않은 모습 뿐이었다. 허무한 일이다.
그래서 내가 편들어주기로 했다. 내 옆에서 지켜보고 다독거려주는 사람이 되기로.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진듯하다. 최소한 내 눈치는 살필 필요가 없어졌다. 세상 눈치보랴 내 눈치보랴 고생 많았을 마음의 짐을 나눠지기로 했다.
한 며칠을 더 걷자니 이젠 이전과 달라지고 싶어졌다. 예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학창시절 한 선생님이 내게 '너의 과거와 미래는 물어 볼 것도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내 과거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내 지금이 내 미래를 만든다는 말이었는데, 그말이 참 와닿았던 기억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나와 다르게 하면 된다는 결론이 났다. 내 과거는 내가 잘 아니, 이제 그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여보면 될 것이다. 그것이 내가 아는 나와 다른 모습이라해도, 나는 내 편을 들어주련다. 길에서 얻은 공짜 가르침이 생각보다 값지다.
카테고리 수정중
길에서 얻은 공짜 가르침
728x90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