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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가 끝나고 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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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틀녁의 42번 국도는 황홀했다. 송도에서 원주까지 새벽 4시부터 아침 7시까지 동쪽으로 달린 그 길위엔 시원한 새벽이슬과 모락모락 피어나는 안개, 정동에서 떠오르는 완벽에 가까운 원형의 태양까지 모습을 드러냈다.출근길의 분주함도 없고 누구하나 신호를 지키지 않는 그 길은, 마치 누군가 신나게 달려주길 바라는 듯 모든 방향으로 틔어있었다. 그것은 나의 길이었다.

시속 백길로미터로 세시간을 쉼없이 달려왔지만 내 오토바이는 거침없이 그 길을 가르고 모든 풍경을 날것으로 내게 보여줬다. 두 다리 사이에서 요동친 1100cc의 엔진과 양팔을 사정없이 때린 바람에도 나는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나와 내 오토바이, 그리고 그 길은 계속 달리길 원했다.

내가 술을 마셨던 것도 밤을 새워 사람들과 떠든 것도 잊었다. 앞만보고 달릴 땐 달리는 게 느껴져서 좋았고, 주위의 아침을 볼 땐 이게 날 위한 세상이라는 느낌에 기분이 좋았다.

나의 두 번 째 shadow 1100 ACE


한숨자고 나니 그 시간들이 떠올랐다. 캠퍼스 곳곳에서 시크릿의 매직을 틀어놓고 몸부림치던 모습과 술잔을 건내며 뿜어내는 단어들. 오랜만이라서 술은 몇 잔 들이키질 못했고, 또 오랜만이라서 무리와 어울리지 못했지만, 다행히도 오랜 선배와 친구, 또 동지가 있어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모두가 주점을 정리하려는 무렵에 나는 무리를 벗어나 그 모습을 한참동안 응시하고 있었다. 그들의 세상에서 주목을 받고 싶은 생각이 불쑥 들더니 이만 꺼져버렸고, 나는 친구에게 인사를 한 뒤 집으로 향했다.

아직 동도 트지 않는 새벽 4시에 송도를 벗어나며 집으로 가는 길을 떠올리려 한참을 생각했다. 방향을 찾는데는 올 때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인천대공원을 지나 수원방향이라고 적혀있는 42번 국도 표지판을 보며 나는,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했다.

"이제 졸업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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