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식구가 생겼어요. 이름은 '하지'입니다. 어머니께서 몇 달 전부터 "시골에서 강아지 걷어차며 살고 싶다." 고 하셨는데, 이제 그 바람이 이루어졌네요. 저는 이름짓기 숙제를 받았고요.
가만히 들여다 보면, 제 오랜 친구와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또 어찌보면 좀 억울한 표정을 한 곰 같기도 해서 '곰돌이'라고 불러보니 들은 채도 안하더군요. 하긴 처음 보는 사람에게 뭐라고 불린들 기분 좋게 쳐다보겠어요. 한동안 얼굴만 보고 있었습니다.
강아지 이름이야 아무렇게나 지으려 했더니, 집안 어른들께서 강아지를 보시면서 얼마나 좋아하시며 아침저녁으로 안부를 확인하시던지, 한편 이름을 부르지 못해 안타까워하시더라고요. 나름대로 새식구 들이듯 고민했습니다.
옆집 개는 말복이라고 불리더군요. 주인이 말복만 기다린다고 그런 이름을 지었다는데, 저는 속으로 안타까움을 느끼면서 무심결에 달력을 보았습니다. 어디보자.. 강아지가 들어온 날이.. 일 년 중 하루가 가장 긴 날인 하지(夏至)?
결국 이렇게 하지가 되었습니다. 영화 '하치이야기'에선 '하치'가 변함없는 충성으로 감동을 주었는데, 우리집 '하지'는 어떻게 될 지 모를일입니다. 오늘도 목줄이 답답한 지 아침부터 울고 있는데, 충성은 커녕 저를 미워하지는 않을까 걱정이네요.
제 발만 졸졸 따라다니는 걸 보고 있노라면 제 마음이 푸근해집니다. 텃밭에 피어있는 꽃과 채소가 '하지'덕에 남아날 일 없겠지만, 새식구가 오고 따뜻한 즐거움이 생겼어요. 건강하게 자라서 같이 달릴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