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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의 세월

백수의 기록.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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限界


아침부터 머리가 지끈 아파온다. 지난 한 달 동안 나를 괴롭힌 두통은 아무 이유 없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온다. 그래 안다.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걸. 그런데 잘 모르겠다. 무엇이 그렇게 스트레스를 주는건지. 어서 사회에 진출해야 하는데 오늘 하루도 집안에서만 보낼 생각이 이유라면 이유겠다.


그런 나에게 체육관은 피난처다. 죽도로 내려치려고, 상대방을 업어치려고 정신을 집중할 땐 무념(無念)의 상태에 빠진다. 몸이 가벼워지고 머리가 맑아진다. 하루에 두 번 가니 몸은 지치지만 빠질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이것도 지난 2주간 쉬어야 했다. 부상은 핑계이고, 경제적인 이유에서다. 


고백하자면 지금이 한계(限界)다. 정신적, 육체적, 금전적으로 한계다. 무엇이 먼저 와서 다른 한계를 불러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들은 한꺼번에 찾아왔다. 얽힌 실타래처럼, 시야를 가득채운 짙은 안개처럼 몰려왔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이유는 단 하나만 남는다. 나 때문이다. 내가 불러왔다.


포기함으로써 좌절할 것인가, 저항함으로써 방어할 것인가, 아니면 도전함으로써 비약할 것인가. 한계에 다다른 나는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생각해온 것과는 다른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고, 모든 것은 내 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한계는 또다른 세계와 맞닿은 경계선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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