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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

단절없는 사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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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써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소재가 떠오르지 않는다. 아니, 수많은 소재들을 엮어낼 재간이 없다. 여러 장소에 있었고, 다양한 일들이 있었고, 많은 사념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곳에 있었지만, 이어줄 동아줄이 없다. 아니, 수많은 단절만이 그곳에 있다.


입사 석달 차, 업무분담을 한다. 업체리스트를 보고 있노라면 희열, 기대감, 미지에 대한 탐구의지가 솟는다. 하지만 막연한 감정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신입에게 무리한 일은 아닌가 푸념한다. 무역실무부터 다시 차근차근 배워야 하는 건 아닐까. 외국어 회화부터 차근차근 배워야하는 건 아닐까.


정글에서 교과서를 들고 서 있다. 무슨 일이 생기면 인터넷 강의로 해답을 찾으려 한다. 해결되지 않는 일들은 1강부터 다시 시작하려한다. 아직도 학생으로, 모범 학생, 착한 아이로 남고자 한다. 지난 사색의 시간이 무색하다. 답을 구하지 말고, 대답하며 살아야 한다고 후배들을 다그치던 내가 무색하다.


두 번째 입원을 하고나서야 내게 필요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요령이 있어야 하고, 나만의 공간이 있어야 하고, 친구가 있어야 한다. 오랜만에 신림동을 찾았다. 검도관을 찾고 있고, 성경책을 읽는다. SNS에서 멀어지는 대신 내 손으로 엮을 만한 것들을 찾는다. 단절없는 사귐을 구한다.

지난 겨울에 남긴 사진과 같은 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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