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군 시절 가졌던 막연한 동경을 실현할 때가 왔다. 몇 년 동안 마음먹은 마라톤 풀코스를 올해는 기필코 완주하리라. 군대에는 ‘구보’라고 해서 ‘오와 열’을 이뤄 아침저녁으로 달리는 체력단련 시간이 있다. 그저 앞만 보고, 목소리 크게 내면서 달리면 그만인지라 ‘마라톤’이라는 철저한 훈련이 필요한 경기를 준비하기엔 부족하다.
2.
게다가 여럿이 발맞춰 달리고 선두가 모두의 속도를 조절해 주는 단체구보를 하다가, ‘스스로 알아서’ 자신의 호흡과 속도 즉 ‘페이스’를 찾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린다. 사실 주변 아는 사람들에겐 내가 마라톤 하프코스(21km) 완주경력이 있다고 소개하지만, 이 또한 나를 분발하게 하는 고마운 실패 경험 중 하나이며, 내 페이스를 찾지 못해 실패한 첫 경기다. 물론 끝까지 가긴 했다. 하지만 그날의 일기에서 나는 ‘15km 완주 후 남은 5km를 걸으면서 마라톤을 배웠다’고 고백한다. 성취감보다는 겸손함을 배운 고마운 경험이다.
3.
그때가 2004년 봄이었으니, 딱 5년 만에 마라톤을 다시 시작하는 셈이다. 다시 운동을 시작한 첫날 1km를 달리고 빈사상태였던 내가, 한 달 동안 트레드밀 위에서 열심히 구슬땀을 흘린 결과 이제는 가볍게 6km를 달릴 수 있게 되었다. 1주일에 총 거리 1km씩 늘려가는 다소 단순한 훈련방법이었지만 물렁물렁하던 다리근육을 자근자근 다지기에는 적합했다.
4.
마라톤화의 정석이라 불리는 아식스 ‘타사’를 구입했다. 정식 명칭은 TARTHER RS ALIVIO 2-WIDE. 135,000원이라는 가격은 가볍게 달리려는 마음만큼 가벼운 액수는 아니다. 하지만 ‘마라톤’이라는 경기의 무게만큼, 내가 쏟을 노력과 땀방울만큼의 보상은 되리라는 마음으로 장만했다. 아직 신고 달려보진 못했지만 발볼이 넓어 모든 신발을 넓적하게 만드는 내 발에 딱 맞는 착용감은 만족스러웠다. 꺼내놓으면 먼지라도 쌓일라 아직도 신발 상자 속에 보관 중인 타사는 이미 나의 Best Item이다. 내가 타사를 아끼듯 타사도 내 다리와 발을 잘 지켜주길 바라며, 몇 번의 대회에 나가겠지만 올해 목표는 오는 10월 25일 개최될 춘천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는 것이다. 일 년에 정식 마라톤대회만 200회 이상 개최되는 우리나라의 마라톤 열풍에 이제 나도 동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