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이 면적에 어떤 집을 지을 수 있을지 감이 안 왔다. 그런데 이제 와 생각해 보면, 뒤편에 넓은 땅까지 차지하는 집이었다면 이만큼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 같다. 학창 시절을 보낸 원주에 땅을 사고 집을 지었다. 겨우내 공사했는데 봄이 오고 자투리 땅에 자작나무며 사과나무의 묘목을 심고 나니 이제야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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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년 동안 지나치기만 했던 곳이다. 마을 초입에 정자와 운동기구가 있는 주민들의 쉼터라고 생각했다. 소일거리로 밭농사나 지을 수 있는 땅이 부모님이 살게 될 집터가 될 줄은 상상도 못한 일이다. 게다가 거래 당시 지목은 하천이었기에 당장 집을 지을 수 있는 대지로 지목변경하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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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주택을 짓기로 했다. 협소 주택이 유행이라지만 몸에 맞는 옷을 짓듯 설계사와 수십 차례 협의를 거쳐 도면을 확정했다. 입구를 어디로 내고 공간 배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 수없이 고민했지만, 부모님이 2층 침실에 가기 위해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셔야 한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작은 집은 어느 정도 젊음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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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에 고향에서 자가로 생활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형편이 좋을 때는 방이 여럿인 단독주택에서도 살아봤지만 대부분 이곳저곳을 옮기며 살다 지난 10여 년은 번재라는 곳에서 지냈다. 겨울에는 춥고, 불편한 점이 많아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이사를 가려다 마음을 바꿨다. 따뜻하고 튼튼한 새집에서 살아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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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과 벽돌까지 쌓고 나니 마치 이전부터 이곳에 있던 집처럼 보였다. 주변 환경과 크게 대조되지 않으면서 창 밖으로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다. 단순하지만 단단한 모습을 보고 나니 진짜 집이 생긴 것 같다. 땅의 경계를 가까스로 지킨 탓에 남은 땅도 마치 이 집 마당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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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계획보다 1.5배는 넘는 공사비를 지출하며 청구서가 날아올 때마다 한 소리씩 했지만 부모님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셨다. 건물을 제외한 부분은 수작업으로 마무리했는데, 이를 본 동네 주민들이 자기네 집 작업을 의뢰해 조만간 미팅을 갖는다는 말씀에 자부심이 느껴졌다. 새로운 곳에서 시작하는 새로운 날들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