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내가 빌려오지 않았다면 읽지 않았겠지만, 몇 장 읽자 우크라이나에 대해 이 정도로 무지했는지 부끄러워졌다. 가까운 나라, 심지어 자신의 모국이라고 해서 그 나라에 대해 무엇인가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책을 통해 말 그대로 아는 게 없는 상태가 드러났다. 역사적 사건과 인물의 행적을 읽고 나니 책 제목에 슬픈 나라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2.
인물과 사건을 하나씩 소개하는 구성으로, 익숙하지 않은 단어의 의미는 뒤늦게 설명하는 경우가 있어 궁금증을 품고 맥락을 이해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읽었다. 기자분의 책답게 신문 사설처럼 구조가 탄탄한데 오히려 완독 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긴 사설을 읽으면서 논리력을 훈련한 기분이었지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비교적 명료하고 간결했다.
3.
할 수 있다면 스스로를 구제하라. 필요하다면 외세의 힘을 이용할 수 있지만 이를 거듭하는 것은 자생력을 잃게 한다. 내부결속이 안된 상태에서 한 나라의 힘과 역량을 키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도광양회(韬光养晦:자신의 재능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인내하면서 때를 기다린다.)를 되새기며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앞날을 대비하는 것은 오랜 시간과 용기가 필요하다.
4.
우리나라의 처지가 겹쳐 보였다. 지금은 전쟁을 쉬고 있지만, 지정학의 고리에서 다른 나라의 의지가 수시로 개입되는 혼란스러운 지난 한 세기를 거치며 한국은 어떤 나라가 되었는가. 이 책은 또, 흔들리는 국가의 모습에서 한 사람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수많은 굴곡을 미리 보여주는 것 같았다. 책장을 덮으며 나는 어떻게 살아야 흔들리지 않는 삶을 영위할 수 있을지 묻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