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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초에 방문한 손님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었는지 언제 한 번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말이 그대로 이루어졌다. 호텔을 정하고 현지 업체와 일정을 조율하면서도 나의 출장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는데, 원래 계획과 달리 현지 설계사와 시공사와 협력사를 만나는 빠듯한 일정으로 바뀌고 나서야 나의 동행도 뒤늦게 결정되었다.
2.
시장을 조사할 겨를도 없이 비행기 표부터 예매하고 동선을 최소화한 곳으로 숙소를 찾았다. 16세기 스페인 통치시절에 만들었다는 성의 안쪽, 인트라무로스(Intramuros)를 베이스캠프로 정하고 관광지로부터 대도시의 콘크리트 구조물로 향하는 여정 내내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는 듯한 시차를 겪으며 창밖을 살폈다.
3.
모든 일정에 30분씩 늦었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웃으며 손하트를 만들어 사진을 찍었다. 수년간 나라 이름만 바뀌며 반복된 원조국에서 온 방문객 이상의 무언가가 되기 위해선 한 손에 차별화와 다른 한 손에 현지화를 모두 들고 있어야 했다. 내겐 어느 하나 없었고 이번 출장을 어떤 경험으로 남길지 스스로 정해야 했다.
4.
아침저녁으로 둘러본 인트라무로스, 미팅을 위해 방문한 마카티, 보나파시오에서 본 도시는 그동안 지프니로만 기억하던 필리핀에 대한 인상을 바꿔놓았다. 돌판 스테이크와 판나코타(panna cotta), 카지노와 쇼핑몰, 그리고 마닐라 공항의 줄지 않는 긴 대기선으로 이어진 경험이 무채색의 지도에 색과 향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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