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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봄이 진이

[아내의 출근] 일 년 같았던 일 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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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랜 사회 경력 단절이 무색하게 아내는 금세 커리어우먼의 모습을 되찾았다. 급여일이 매월 10일이라 아직 첫 월급은 못 받았지만 한 달 빠짐없이 출근하니 휴가가 하루 생겼다. 그사이 아이는 아침에 먼저 출근하는 엄마를 배웅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엄마를 맞이하는 일상을 받아들였다. 학부모 상담에 엄마대신 아빠가 오는 것을 이해하고 엄마의 새 출발을 응원했다.
 
2.
폭풍 같은 첫 주를 보내고 자기가 해낼 수 있는 일을 찾아 해내느라 처음 다짐한 한 달을 힘겹게 채웠다. 매일 퇴근하면 그날 회사에서 일어난 별일들을 털어내고 다음날 아침 파이팅을 외치며 출근하기를 스물네 번 해낸 것이다. 그만두려는 아내를 붙잡는 동료들이 생겼고 팀장님은 일에 대해 잔뜩 설명하기 시작했고 그사이 벌써 두 번의 회식이 있었다.

단정한 옷을 샀지만 매주 금요일 자율복 데이만 기다린다

3.
처음엔 지각하지 않으려고 칼같이 지키던 출근 시간이 조금씩 늦어졌고 출근길에 오르내리는 화제가 다양해졌다. 아내의 자리에 앉아있는 상상으로 듣다 보면 이제 그 말을 누가 했는지 맞출 수 있다.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 대강 알게 되니 자기 자리는 금방 찾아갈 수 있겠다는 안도감이 생긴다. 그래도 힘들면 그만두라는 말은 아침저녁으로 빼놓지 않는다.
 
4.
한 달만 다녀보겠다고 했는데 내년 설날 휴가계획을 말하는 걸 들으니 그녀의 커리어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 같다. 아이와 멀어지는 것 같아 눈물이 나는 날도 있었고, 남자와 달리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가사를 우선해야 하는 역할은 아내인 자신이라며 푸념하는 날도 있었다. 아내가 표현한 고민은 그간 내가 누리거나 무시해 온 일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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