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를 부랴부랴 마치고 상지대학교까지 달려갑니다. 매주 금요일 오후4시부터 7시까지 '사회적기업가'의 마인드를 배우기 위해서죠. 지난주부터 제가 소속된 '친환경급식지원센터'의 지원으로 '사회적기업가아카데미'에 등록했는데요. 저는 열심히 배우기만 하면 된다는 격려에 "사원에게 최고의 복지는 교육이다."는 말이 새삼 뜨겁게 와닿습니다. 어제는 수업에 땀내나는 작업복을 입고 들어가기 싫어 샤워도 하고 옷도 갈아입었는데요. 덕분에 10분밖에 안졸았어요.
사회적 기업을 알기위해 사회적 경제를 공부합니다. 왜 그 말이 생겼고, 이시대에 왜 사회적 경제인가를 깨닫게 될 때 일하는 맛이 나죠. 이번 교육은 '협동조합형 사회적 기업 특화과정'이기 때문에 협동조합에 대한 내용이 주되고, 또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갖가지 조합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분들인데요. 그래서인지 교육중 분위기가 참 훈훈합니다. 기회가 되시면 많은 분들이 참석하길 권해요.
첫 시간엔 한양대 제3섹터 연구소의 하승우박사님이 특강을 해주셨어요. 동영상을 찍었는데, 포스팅에 아무 문제 없다고 하면 올리려고 합니다. 지금 올리는 글은 최혁진 원주의료생협 전무이사님의 강연전문입니다. 수업을 들으면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사례들을 풍부하게 곁들여 설명했기 때문에 머리속에 잘 그려지는데 그 감동까지는 전해드리지 못하지만, 텍스트만으로도 훌륭한 교재이기에 올립니다.
2009 사회적기업가아카데미(협동조합형 사회적기업 만들기) 강의 ① ____________________
사회적경제의 이해 최혁진 (원주의료생협 전무이사)
☐ 기본개념
1. 경제란 무엇인가.
- 사전적인 의미에서 경제는 생산수단과 노동으로써 자연에 작용하여 이러한 경제재를 획득(생산)하고, 그 생산물을 분배·소비하는 과정을 말한다.
- 동양에서 경제는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약자로서 ‘세상사를 올바로 다스려 백성을 구제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으며, 이는 경제활동의 노동생산과 분배 및 소비의 가장 기본적 목표는 백성을 보살피는 것이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
- 서양에서 경제(Economy)의 그리스어 어원은 오이코노미아(Oikonomia)로 오이코스(Oi kos·가정,살림살이,생활)와 노모스(Nomos·경영,법칙)라는 두 단어의 합성어이다. 즉 서양에서도 경제란 사랑과 배려라는 기본정신을 바탕으로 공동체를 경영하는 것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었다.
- 이처럼 전통적으로 경제는 인간의 정치사회적 공동체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기본수단으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으며, 따라서 사회적인 활동의 한 영역이었고 사회의 하위개념이었다.
- 자본주의가 인류역사에 나타나면서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급속하게 변화되기 시작하였다. 자본주의 경제학은 ‘인간을 이기적이고 개인적 욕망의 존재로 단순하게 규정’하고, ‘최소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실현하는 것이 이상적인 경제모델이라고 설정’하였다.
- 현대 자본주의의 기본이념인 신자유주의는 경제를 정치사회적 영역과 철저히 분리하여 시장의 자기조절능력에 대한 절대적 신념에 기반한 사회적 변화를 요구한다. 따라서 국가의 규제철폐, 민간에 대한 최대한의 자율성 보장, 경쟁의 극대화를 위한 사회보장성의 후퇴를 요구하며, 이는 이윤극대화가 경제활동의 일차적 목표임을 전제하는 것이다. 이는 경제가 더이상 정치사회적 공동체의 건강성을 보장하는 하위개념이 아니라 그 자체로 독자적인 목표, 즉 이윤극대화라는 자기목표를 위해서 기능하는 무소불위의 가치가 되어 버린 것이다.
- 그러나 인류역사에서 경제가 그 자체로 독자적 지위와 역할을 가진 적은 없으며, 특히 신자유주의가 말하는 시장의 완전한 자기조절기능이란 존재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실현될 수 없는 허구이다. 완전하게 자유로운 시장은 사회의 완전한 붕괴를 전제하기 때문이며, 사회가 완전히 붕괴된 자리에 인류의 문명은 더 이상 존립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2. 사회적경제
- ‘구성원이나 공공을 위한 목표, 경영의 자율성, 민주적인 의사결정과정, 수익배분에 있어서 자본보다 사람과 노동을 중시라는 4가지 원칙을 따르는 협동조합, 상호공제조합, 민간단체에 의해 수행되는 경제활동으로 구성된다.’ (드푸르니, 출처 엄형식의 사회적경제의 이해)
- 사회적경제의 초기모델은 19세기 초반부터 로버트 오웬, 푸리에, 생시몽 등 유토피아 사회주의자들에 의해 시도된 다양한 협동조합의 실험체들이다. 영국에서는 소비자협동조합의 모델(로치데일 공정개척자 조합)이 시작되었고, 남부유럽에서는 노동자협동조합 모델 그리고 독일에서는 신용협동조합의 모델, 덴마크에서는 농업협동조합의 모델이 시작되었다.
- 초기 사회적경제의 모델들은 자본주의가 생산수단의 자본독점에 기반하여 인간의 노동소외 및 빈부격차를 확대하고, 이로 인해서 인간사회의 건강한 진보를 무력화시킨다는 판단 하에, 자본에 대한 인간의 우위를 지켜내고 또한 경제적 활동은 사회적 진보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시작되었다.
- 하지만 ‘국가권력이 자본의 배타적 독점과 노동에 대한 권력적 우위를 지지하는 상황에서 정치권력에 대한 혁명적 변화가 없이 사회적경제 조직의 발전과 성장만으로 자본주의 극복은 불가능하다’는 맑스의 비판 이후 사회운동진영의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은 서서히 줄어들었다.
- 또한 사회적경제의 초기모델인 협동조합과 공제조합들은 자본주의의 대안이 되기보다 일정한 규모 이상으로 성장하면서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역동적인 흐름을 상실하고 자본주의 질서 안에 흡수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노동운동의 강화에 따른 사회민주주의와 케인즈주의의 영향으로 국가가 사회적경제의 다양한 사회부조기능을 국가의 공적기능으로 흡수하면서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역할은 일부 노동생산과 소비의 영역 그리고 지역금융서비스의 영역으로 국한되었다.
- 현대적 의미의 사회적경제는 1970년대 후반 경기침체로 인해 복지국가의 공적기능들이 후퇴하면서 새롭게 부각되기 시작하였다. 국가의 공적기능이 축소되면서 시민사회는 실업과 빈곤이라는 사회적문제에 해법을 찾아야 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협동조합의 오랜 전통에입각하여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는 다양한 사회경제 조직들을 구성하게 된 것이다.
- 다른 한편으로는 1968년의 정치,사회,문화적 혁명이 사회적경제에 새로운 상상력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68혁명은 두가지 대립적 경향에 대한 비판적 성찰에 기초하고 있는데 하나는 서구유럽의 자본주의 안에 안주한 진보정치진영과 개량주의적 사회운동에 대한 비판이었고, 다른 하나는 스탈린주의로 귀결된 억압적이고 경직된 관료사회주의에 대한 비판이었다.
- 68혁명의 영향을 받은 세대들은 전통적인 사회주의적 해법과는 다른 방식과 주제(생태,여성,장애,소수자,직접민주주의)로 자본주의와는 다른 양식의 삶을 생산하고자 하였다. 이들은 대안경제 또는 연대의 경제라는 입장에서 새로운 사회경제운동을 추진하게 되었는데 이는 전통적 협동조합운동에 기반하고 복지국가의 후퇴로 인해 등장한 기존 사회적경제 조직과는 다른 관점을 가지고 탄생한 것이다. 물론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사회적경제란 개념은 이러합 입장까지 폭넓게 수용한 개념이다.
- 이처럼 사회적경제의 역사적 배경의 차이로 인하여 세계적으로 다양한 입장과 형태를 지닌 사회적경제 조직이 존재하고 있으며, 따라서 이에 대한 시각도 크게 세가지로 나뉘어지고 있다. 첫째는 사회적경제가 자본주의를 뛰어넘을 수 있는 유의미한 대안이라는 시각이다. 두 번째는 사회적경제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여 균형있고 조화로운 사회를 열어갈 것이란 입장이다. 세 번째는 사회적경제가 결국에는 신자유주의로 인한 국가의 공적기능의 후퇴를 대행하는 주변적 기능으로 전락할 것이고, 그로써 신자유주의를 고착화시킬 것이란 비판적 입장이다.
- 이 세가지 입장이 현재의 사회적경제 조직들 안에 혼재되어 있음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자신이 주변부 조직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사회적경제 조직으로서의 자신의 역할과 정체성을 확인하는 노력들을 지속적으로 수행해야 할 것이다.
☐ 사회적경제 조직의 핵심가치
- 사회적경제 조직이라면 적어도 아래의 일곱 가지 가치에 대하여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1. 이윤이 아니라 사람
- 사회적경제는 이윤중심의 자본주의 사회에 대하여 사람 중심의 사회경제 조직을 지향한다.
- 사회적경제 조직이 경제사업을 하는 것은 노동하는 사람과 그 사람들이 삶터를 안정적으로 보존하는 것이 주된 목표이다.
- 따라서 사회적경제 조직의 사업은 목표과 과정 및 결실 그리고 그에 대한 분배의 과정이 조직의 기본목표와 부합하는지에 대한 철저한 검토 속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2. 참가형 민주주의의 실현
- 사회적경제 조직은 경제활동 안에서 민주주의의 구체적 실현에 관심을 가진다. 자본주의는 경제 안에서 민주주의를 원론적이며 실천적으로 거부한다. 자본주의는 경제활동에서 자본의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권력을 요구하며, 이는 노동을 통해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민주주의를 훼손하며 또한 경제활동의 결과물에 대한 분배와 사용에 있어서도 민주적 결정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 따라서 사회적경제 조직은 기존 자본주의 경제에서 박탈당한 민주적 참가의 기회를 구성원 모두에게 보장하는 것을 기본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에 적합한 조직운영형식을 갖추어 나가야 한다.
3. 공적이고 사회적인 소유형식
- 자본주의는 자본의 소유 형식과 내용에 따라 권력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자본주의의 대표적 형식인 주식회사는 주식의 보유량에 따라 의사결정권한을 부여받고 있으며, 이는 기업운영의 민주성을 저해하고 이익 배분의 불균형을 야기한다.
- 사회적경제 조직은 자본소유의 평등성을 일정하게 구현하여 사회적경제 조직이 비민주적이고 이윤중심의 조직이 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4. 사회적 연대와 네트워크
- 사회적경제 조직은 이윤이 아니라 건강하고 안전한 지역사회를 만들어 간다는 사회적가치의 실현을 목표로 하며, 이러한 가치의 실현은 개별 사회적경제 조직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며 다양한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연대성에 기반할 때 구체화될 수 있다.
- 또한 사회적경제 조직들은 개별적인 활동만으로 이윤 중심의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존립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사회적경제의 오랜 역사가 구체적으로 입증하였다. 따라서 사회적경제 조직 자체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도 연대의 그물망을 구성하는 것이 대단히 유리하다.
5. 지역사회와 협력
- 사회적경제 조직은 이윤축적의 가능성에 의하여 조직되지 않으며, 지역사회의 욕구와 필요 및 사회적 문제에 기반하여 형성되고 유지된다.
- 따라서 사회적경제 조직은 지역사회와의 폭넓은 협력체계를 통하여 사업의 기반을 확보하고자 노력해야 하고, 또한 지역사회의 욕구와 구체적으로 결합함으로써 지속가능성을 담보해낼 수 있다.
6. 생태적인 지속가능성
-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현대사회의 생태적인 문제점들은 새로운 빈곤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으며,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기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사회적경제 조직들은 생태적인 지속가능성이란 목표를 보편적으로 실현해야 하며, 이를 구체적인 사회경제 활동을 통해 실천함으로써 새로운 미래사회를 열어가야 한다.
7. 정치사회적 변화에 기여
- 사회적경제 조직들은 정치사회적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 정치사회적 변화는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성장에 대단히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자본의 이윤창출에 적합하도록 정치사회적 변화에 영향을 행사하고 있으며, 이는 사회적경제 조직들에게 심각한 위기가 되고 있다.
- 사회적경제 조직은 자본주의 시장구조가 이윤창출을 위해 외부화 시키는 비용들이 많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하며, 역으로 사회적경제 조직은 책임지고 있는 사회적비용에 대하여 국가가 공적으로 책임질 수 있도록 견인할 수 있는 정치적 역량을 구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