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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월급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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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이 있다는 것. 정기적으로 급여가 통장에 들어온다는 것. 사람을 기대에 부풀게하고 꿈을 갖게 해주는 것 같아요. 직장인들의 반 이상이 보름도 안되 월급을 다 쓴다는데, 아마 다들 그럴 사정들이 있어서겠죠? 예금이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적금통장을 만들었습니다. 신용협동조합의 적금상품을 이용하니 1년 계약에 연이율이 4.5%, 비과세더라고요. 절약과 저축이 서민의 금융생활원칙이라는 걸 알게되고 처음으로 계획을 실천한 뿌듯한 하루였습니다. 큰 부자가 되라는 축복은 감사하지만 사양할게요. 소박하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잘 잘고 싶습니다.


이 사진을 보면 월급날 기다렸다 술마시자고 연락하는 친구는 없어지겠죠:) 시중에서 책이나 인터넷서핑으로 또는 개인적인 인맥으로 자산관리와 목돈마련에 대한 상담을 받을 수도 있지만, 이건 순전히 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일이에요. 월급여는 120만원인데 회사용어로 '차'떼고 '포'떼니 실수령액은 109만원 정도네요. 제가 하는 일은 사회적일자리라 최저임금은 노동부에서, 나머지는 수당으로 회사에서 받고있어요. 이렇게 월급보다 많은 금액을 적금으로 부을 수 있는 건 일단 고향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며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생활 덕분이라 생각해요. 게다가 소비에 익숙치 않아 용돈이 별로 안들고 갖가지 부업으로 추가수입이 약간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는 아직도 제가 생활하기 위해 얼마나 많이 벌어야하는 지 몰라요. 그래서인지 급여를 기준으로 직장을 구하지 못합니다. 아마도 혼자 살면서 겪은 생활의 위기를 절약으로 견뎠던 경험이 작용한 걸까요? 적당한 노동과 적당한 급여로 일을 생활의 수단이 아닌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요. 어차피 아담과 하와가 에덴동산을 떠난 이래 인간은 일생동안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삶의 축복이 아닌 잉여인간으로 여겨지는 삶을 얻었으니까요. 

많은 친구들은 '네가 그 월급 받으려고 그 좋은 대학을 다녔냐'며 아까워(?)합니다. 하지만 어쩌겠어요. 제가 장학금을 받으며 중고등학교와 대학, 유학까지 마칠 수 있었던 건, 사회의 도움이었던 걸요. 이제 하나씩 값아야죠. 사장님 먹여살리려고 저를 혹사시키며 일 할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협동조합의 일을 선택했나 봅니다. '노동'이라는 삶의 일부를 제가 소유하고 싶었어요. 그 결과물은 저와 이웃을 위해 배분되야한다고 생각하는 제게 첫 월급은 감동입니다.

저금할 수 있어 행복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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