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기위해 배워야 하는 것은 하면서 배운다.” - 아리스토텔레스.
참으로 고루한 말입니다. 바쁜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들의 일생을 결정할 것처럼 보이는 직업을 고르는데, 하면서 배우라뇨. 하지만 이처럼 굽은 길을 걷고 있는 사람도 참 많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안녕하세요. 02학번 일본통상 박진입니다. 굳이 소개를 길게 하지 않더라도 학번과 통상에 앞서 학생회장으로 저를 기억하시는 후배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앞길을 준비하기보다는 다른 일들로 가득한 대학생활을 보낸 선배라는 인상이 깊게 남아 있듯이, 위의 고루한 말을 곧이 믿고 굽은 길을 걸어가는 한 사람입니다. 그런 제가 취업에 관한 소고를 남기는 것에 앞서 제 개인적인 생각이 여러분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걱정이지만, 제게도 지난날을 곱씹어볼 좋은 기회라 생각해 소고를 남깁니다.
지금 하는 일은 정말 가치 있는 일인가.
직업을 ‘하는 일’이라고 풀어놓으니 한결 편하게 와 닿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지역사회를 건강하게 발전시키는 일입니다. 한국에서는 생소한 NPO(non profit organization)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요. 이윤을 얻을 수 있는 사업을 하되, 그 반출은 지역사회에 이바지 할 수 있는 곳에 재투입 되는 것이 NPO와 사기업의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게다가 제가 속한 회사는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을 받을 단계에 와있으니, 설명해야할 게 많군요. 사회적 기업이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이지만 사기업이나 정부가 진출하기를 꺼려하는 부문에서, 사업을 통해 일자리와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입니다. 아름다운 가게가 대표적이죠? 2009년 현재 수백 개의 기업이 위와 같은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굽이돌아 가더라도 자신의 길을 걷는 것은 때로 많은 피곤한 물음을 받게 되죠. 대표적으로 ‘월급은 제때 주느냐’, ‘전망은 좋냐’ 등등. 요약하면 ‘주류’인가 아닌가를 묻는 물음들입니다. 대학을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였죠? 직업을 선택할 때도 출입구가 모든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는 믿음을 잃지 않은 제게는, 대학과 유학생활 군생활로 다져진 20대 초반의 경험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일단 어디서든 살아남는 근성이죠. 기왕 살려고 하는 일이라면 되도록 나와 우리에게 가치 있는 일을 찾아 직접 해보자는 선택,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그대들은 말한다, 당신 같은 사람은 너무 많이 읽었다고” -<흔해빠진독서>,기형도
취업을 어떻게 하느냐는 것은 단순한 하나의 물음이 아니죠. 이력서나 자소서를 쓰는 기능적인 부분부터 대학생활 전체를 훑어야만 답할 수 있는 내공의 문제, 또 아쉽지만 출생과 출신의 문제까지, 물음도 다양하고 대답도 다양합니다. 그렇다면 제 대학생활을 말하는 것이 물음에서 크게 벗어나는 일은 아니리라 생각되, 짧게 보여주고자 합니다. 시작은 작지만 충격적인 만남이었습니다. 나와 다른 사람과의 만남, 내가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뿜어내는 책과의 만남이었죠. 지난 몇 년 간의 이야기는 제 스스로도 아직 정리가 안됐으므로 여기까지.
이 문단이 너무 짧았나요? 많은 시민활동가, 운동가들을 만나서 “무엇이 당신을 이렇게 이끌었냐.”고 물어보면 우스갯소리로 이렇게 대답합니다. “사람과 책을 잘못만나면 나처럼 된다.”
“요즘 밥은 먹고 다니니?” - 얼마 전 선배와의 만남에서 모 선배.
네. 심지어 요즘은 밥을 연구하는데요. 원주에서 지역먹거리 운동을 이끄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친환경급식지원센터(이하 생협)에서 일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자급률 100%인 쌀은 그 이용과 필요성에 비해 항상 “찬밥”신세인데요. 행정기관과의 합의를 통해 원주지역 학교에 우리 쌀을 공급하고, 결식아동에게 반찬을 제공하는 일을 포함해 지역 식량자급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세상을 좀 더 평평하게 만드는 일을 합니다.
아침에 영어와 일본어를 익히고, 저녁에 기업운영에 필요한 공부를 하면서 현실에 안주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출입구로 모든 것이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이는 일은 참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입니다. 다행히 생협이 일본의 모델을 들여온 거라 일본인 관계자와 빈번하게 교류하며 전공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아직 제 전공을 총학으로 생각하는 후배들에게는, 이번 소고를 통해 좀 더 친해지고 싶군요.
글을 적고 보니, 읽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구절은 하나도 없네요. 요즘 대세가 02학번의 활발한 클럽활동인 것 같아서 (혼자 글 올리는 동균이가 외로울까봐) 근황도 알릴 겸 써 봤습니다. 시오노 나나미씨는 그의 저작에서 모든 교육은 받는 사람의 몫이라고 말합니다. 제 글이 혹시나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 등 비주류에서 빛나고 싶은 친구들에게 비슷한 생각을 한 선배가 있었다는 것만이라도 알려줄 수 있다면 좋겠네요.
가끔 원주에. 박진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