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들어 알바를 하나 더 구했다. 지하철로 한 시간은 가야하는 거리에 있지만, 일하면서 공부도 할 수 있다기에 고민 없이 지원했다. 이로서 학내 알바만 4개째, 일주일에 40시간 일하는 고학생이 되었다.
하는 일의 종류도 가지가지이고 시급도 천차만별이다. 시간당 3천원을 받으며 일하는 도서관알바와 4천원이 조금 넘는 사무보조업무는 시급이 적은 편이지만 일하면서 공부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밤에 일하는 편의점에서는 5천원, 유학생 도우미 알바로는 시간당 1만원을 받지만 그만큼 피곤하다.
이렇게 일해서 받는 돈은 매달 65만원 남짓, 이번 학기동안 모으면 한 학기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다. 다행히 그동안 모은 돈으로 이번학기는 기숙사에서 살게 되어 생활비와 밥값은 걱정 안 해도 된다. 매달 지출하는 휴대폰 요금이라야 3만원대로 맞추고 있으니 큰돈이 들 곳도 없다. 졸업을 앞둔 4학년 2학기라 이런 생활도 이번이 마지막이다.
등록금 천만원 시대라는 말은 최근에 생겼지만, 등록금이라는 단어가 갖는 무게는 항상 무거웠다. 특히 스스로 벌어서 다녀야하는 학생들에겐 한 학기 내내 일반 노동자와 다름없이 일해야 할 만큼 과중하다. 한 학기 등록금이 2백3십만원 정도인 시립대도 이정도인데, 학기당 3~4백만원이 훌쩍 넘는 사립대 학생들의 하루는 어떤 모습일까.
가난하면 교육받을 수 없는 지금의 환경을 뒤엎지 않는다면, 교육을 통해 가난의 대물림을 끊겠다는 말은 허구다. 자격증 브로커라는 유명한 표현은 쓰지 않더라도, 이미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대학을 취업을 위한 과정이라고 여기는 현실에서, 최소한 학비 걱정은 없이 공부할 수 있어야 사회에 진출하는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아 그 대물림을 끊을 수 있지 않을까.
얼마 전에 어떤 국회의원이 적었다는 최저생계비 체험수기를 읽어보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 정도가지고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나는 그 의원에게 요즘 대학생들의 이런 생활을 체험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단순히 생활체험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렇게 하고도 학점과 어학점수 등 이른바 스펙을 갖추고 사회에 진출 할 수 있는 지, 생존체험을 해보라고 말이다.
물론 중요한 것은 스펙뿐만이 아니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깨우쳐야하는 수많은 배움들, 이를테면 자신의 정체성과 공동체의식 확립, 민주시민의식과 앞으로의 비전을 바로세우는 일 까지, 한 사회의 성숙한 인격체로 자랄 수 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잃고 있다는 게 진짜 문제다. 스스로 대학을 마치겠다고 선언한 내게, 매주 40시간씩 일자리로 내모는 현실은 가혹하지만, 그동안 단련된 근성과 책임감으로 하루하루를 이끌어 가고 있다.
내가 쓴 기사들
대학 등록금, 학교다니면서 벌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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