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생활

고급과 정통의力

728x90

출근 전 넥타이를 매만지면 괜히 설렌다. 코트를 걸치고 구두를 신고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이른 아침 방한 피복을 온몸에 두르고 시골 들판을 가로지르던 것과 다를 것 하나 없는 시간인데, 고급이라는 생각에 설렌다. 서울시라서, 고급 빌라라서, 명품 넥타이라서 설렌다. 내가 그런 사람인 것 마냥 설렌다.

 

나의 일이 젊은 사람에게 매력적이지 않다지만, 그 점이 나를 끌어 당긴다. 매일 새롭고 낯선 용어에 파묻혀 지내지만, 그래서 이곳이 좋아진다. 한국에 몇 없는 정통 에이전트라는 말도 좋고, 술이 아닌 긴 호흡으로 관계를 만들어가는 이른바 고급영업이라는 말도 좋다. 로비스트의 업무라는 말도 좋다.

 

회사 근처 검도장에 호구를 두고 왔지만, 시간이 허락한다면 소믈리에 과정도 등록하려고 한다. 어차피 매일 운동할만큼 체력이 남지 않는다. 하지만 밤늦게 건형형님과 함께 찾는 스크린골프는 기다려진다. 고급과 정통이라는 단어의 힘(力)이 꽤 쎄다. 사실 이 두 단어에 이끌려 살아간다. 

 

첫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공장과 승합차에서 보낸 시간이 대부분이지만, 호텔에서 업무장소로 이동하는 시간, 짧은 순간이 감성의 판막에 진하게 새겨진다. 나눠진 일이 아닌 전체를 아우르는 시각을 지녀라. 세상의 행간을 읽는 눈을 가져라. 인생선배들의 말씀은 한결같다. 이 시간에 글을 쓰는 나의 고집도.

봄에는 벚꽃이 피고, 유람선이 다니는 풍경-사쿠라바시(桜橋)에서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