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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간다고 나선 지 이주만에 집에 들렀다. 시간이 빠르다 하시고, 내자랑하느라 입이 마른다 하신다. 얼굴살이 빠졌다고 걱정하시다가도 기분이 좋아 소주 한 잔만 따르라 하신다. 지각한 출근 첫날이 떠오른다. 그때 집에 돌아갔다면 쓸쓸한 그림자만 드리웠을 것이다. 그래, 나는 잘하고 있다.
나는 참 실수가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한 가지 달라졌다면, 매사에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 정도. 감추지 않고 드러내고, 말하게 되었다. 혼나기도 하고 함께 술마시고 웃고 대화한다. 미래, 미래, 미래말고, 얼마, 얼마, 얼마한다. 직장인이 된 것이다. 이렇게 세상을 배우고 있다.
처음으로 물건 값을 깎았다. 이래도 되나 싶었지만, 나만 그렇게 생각한다. 처음으로 보고서를 써보고 칭찬을 들었다. 수화기 너머로 영국인과 일본인과 상대하며 일을 하다가 처음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집에서는 고추장이 반찬이지만 출장지 근처에 맛집을 찾는일이 즐거움을 준다.
월급날에 맞춰 적금을 들고, 검도 호구를 가지고 왔다. 고전책 몇 권, 그리고 중국어 교본도 들고 왔다. 언제 들춰볼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책은 쥐고 있어야 하고,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한다. 남보다 적게 자는 서울 생활, 끊임없이 배울 수 있고 열심히 일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그래, 적금 들듯 살자.
건형형님이 선물로 준 서류가방. 매일 들고다니는 보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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