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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

뜯어지고, 다시 꿰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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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복바지가 또 뜯어졌다. 이미 한 번 수선받은 자리라 이제는 버리는 수 밖에 없단다. 서둘러 다른 한 벌로 바꿔입고 떠난 출장이다. 며칠동안 뛰어다닌 작업현장, 오른발이 허전해 내려보니 오른쪽 구두 한 귀퉁이가 터져 있다. 엉거주춤 걸어다니다 다시 복귀다. 다시 단벌신사로의 복귀다.


제멋대로 일처리한 탓에 만나는 사람마다 터진다. 젊은 직원에게, 또 아버지뻘 직원에게 장문의 사과 편지를 썼다. 업무연락이 아닌 마음을 담아 쓴 편지다. 터진 관계가 다시 꾀매질 수 있을까 여러번 고쳐 쓴 편지다. 한 번 수선한 자리는 다시 꿰맬 수 없다고, 절실하게 쓴 편지다.


숙소에 돌아와보니 거울 속에 깊은 주름이 보인다. 나는 희미하게 웃으며 주름을 꿰매보려 하지만, 그때마다 새로운 주름이 잡힌다. 억지 웃음은 내려놓고, 그만 고민하기로 한다. 내가 노력해서 남길 수 있는 것은 한 두 가지, 뜯어지고 다시 꿰맨 그 자국은 흔적으로 남을 것이다.


두 장의 편지와 두 번의 윗몸일으키기, 그리고 세 장의 성경구절이 남았다. 마음을 주고 받은 사람이, 나를 지키기 위해 몸에 벤 습관이 남을 것이다. 내가 터질까봐 감싸고 있다가는 내 골을 채워줄 그 무엇도 기대할 수 없다. 나는 다시 주름걱정 없이 웃는다. 다시 맨몸이 되어 현장으로 향한다.


사실 주름은 자글자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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