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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무실 이사를 했다. 짧지 않은 시간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작은 부서에도 적지 않은 인원이 드나들었다. 30대 초반에 합류해 곧 40대가 되니 개인적으로도 가장 중요한 경력에 자리잡은 회사지만, 스타트 업에서 업계에 주목받는 기업으로 커가는 도정에 중요한 일들을 해내 온 자리라 생각하면 그 의미가 남다르다.
2.
한 블록 이동했을 뿐인데 몇 년 동안 익숙해진 출퇴근 길을 벗어나니 새로운 곳에서 일하는 기분이다. 하는 일이 바뀔 법도 한데 오래 일한 역할은 쉽게 버릴 수 없어 팀장을 자처한다. 정이 들어서겠지. 내 손 닿은 것들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지만, 익숙한 것이 좋은 게 이유가 아니길 바라고 있다. 아쉽겠지만.
3.
결혼하고 이직한 회사, 그 사이 자란 아이는 내일이면 유치원에 등원한다. 아이는 크는 동안 나는 자랐는 지 묻는다. 고집만 커지고 내 뜻에 어긋나는 일을 받아들이는 데에 전보다 시간이 걸린다. 화 내는데 익숙하지 않고, 그걸 푸는 방법은 더욱 모르겠다. 적당한 실전과 이론으로 보기에 세상은 내게 맞춰주지 않을 뿐이다.
4.
이사와 함께 직급체계가 완화되고 자율 복장 제도가 시작된 김에 부서에서 영어 호칭을 부르기로 했다. 모두 [책임]이 된 김에, 부르는 시간이 줄어드니 효율적이고, 부드러운 문화를 만들 수 있는 시도라고 설득했지만, 사실 그 사이 대접받고 싶어하는 내가 보였기 때문이다. 모두와 친구처럼 오래 일하고 싶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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