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
1.
스위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어딘지 닮은 풍경을 내려다보며 한 시간 남짓 날아오니 승무원이 초콜릿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달콤한 기대감을 머금고 빈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택시를 타고 도나우강을 따라 숙소로 향하는 길은 놀라웠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햇살이 쏟아지고, 오래된 건물의 대리석 외벽은 미색 빛을 비추며 우리를 반기는 듯했다.
2.
마중 나온 집주인은 묵직한 열쇠로 대문을 열어 미로 같은 건물에서 빠르게 방을 찾고 엘리베이터 타는 곳을 알려주었다. 빈에서 보내는 첫날, 마음은 들떴지만 시간도 체력도 충분하지 않았다. 저녁 식재료를 구하기 위해 동네를 누볐지만 문을 연 편의점을 찾기 어려웠고, 생수를 사는 대신 집에서 수돗물을 마실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이기엔 용기가 부족했다.
3.
어김없이 새벽에 눈을 뜬 우리는 아침해를 맞으며 구시가지로 향했고, 정원과 왕궁, 박물관과 대성당까지 걸으며 화창한 풍경을 눈에 담았다. 자연사 박물관에서 오후를 보내고 저녁엔 빈 음악협회로 향했다. 미리 구해둔 모차르트 오케스트라 공연이었지만 봄이는 시차와 피곤함으로 시작과 함께 잠들었다. 황금홀에서의 눈부신 저녁잠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4.
한 번 지나치면 그대로 떠나갈 경험들이 아쉽지만 꽉 채운 일정을 뒤로하고 잘츠부르크로 향했다. 귀국하기 전에 빈에서 다시 1박을 보내지만 그날은 벨베데레 궁전을 위해 다 바칠 계획이었다. 하늘에서 봤던 것과 또 다른 풍경을 기대하며 기차에 올랐다. 기차는 평원을 가로질러 높은 산을 향해 달려 나갔고 봄이는 능숙하게 헤드셋을 쓰고 태블릿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