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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

외국어 공부를 좋아하는 40대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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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상사에서 근무한 2년이 채 안 되는 경험이 그 후 내 업무의 밑바탕이 되었다. 담당부서를 운영할 수 없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팀명은 다양하지만 영어나 일본어를 사용해야 하는 모든 업무가 내게 할당되고, 나는 그걸 해내느라 동분서주했다. 처음부터 해외사업부서에 취업했다면 그 본연의 직무 테두리에서 움직였을 텐데, 그렇지 않았던 덕에 나는 해외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담당자가 되었다.

 

2.

처음 취업한 곳이 건설과 관련되었기 때문에 10년 동안 이 바닥에서 이런저런 사람들과 업무들을 엮어가고 있다. 지사와 법인을 세우기도 하고 폐업하기도 하고, 파견을 보내고 외국인도 채용하고, 고객사를 상대로 영업을 하고 계약서류도 검토하고, 직원과 회사의 절세를 위해 들여다본 많은 문서들이 뒤죽박죽이지만 결국 해외업무가 중력처럼 낯설고 물선 경험과 경력을 끌어모은다.

 

3.

뭐든 한다는 말은 특기가 없다는 뜻으로 늘 나만의 전문 영역을 꿈꾼다. 재무, 법학, 해외 계약, 해외 인프라 투자사업의 그 무언가가 내게 적합한 지 끊임없이 두드려 보지만 아직 그렇다 한 방향을 못 잡았다. 생각해 보면 회사는 항상 항상 새로운 일을 맡긴다. 기획이라는 이름으로 이곳저곳을 파헤치는 직무특성을 가장 큰 방해요인으로 지목하지만 내가 초래한 일이란 말에 수긍이 간다.

 

4.

오랜만에 들른 서점에서 마음 가는 대로 책을 집어 보니 전부 외국어책이다. 프랑스어 문법책, 스페인어 소설책, 러시아어 교재는 대체 앞으로 날 어디로 데려다 놓을까. 전에는 '작은 일에 충성하는 것(마 25:23)'이 기준이었는데, 이제 '주인의 즐거움'이 무슨 뜻인지 궁금해진다. '큰 일'을 맡아 참여할 수 있는 '주인의 즐거움'을 알기 위해 사회생활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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