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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영화 감상문

한 여름 밤의 고전-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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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국가관을 적은 책이 아니다. 또한 읽는 이로 하여금 애국자가 되도록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철저한 개인이 될 수 있게 해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책 제목이 <국가>이니, 이 책은 대단한 사람이 나라를 운영하기 위해 읽어야할 책으로 여겨졌더란다. 이렇게 말하면 인류의 필독서라고 불리는 이 책을 지난 28년 간 멀리했던 것의 핑계가 될 수 있을까. 친절하게도 출판사(서광사)에서는 '국가-정체(정치체제).라고 부제를 달았다. 내가 편집자라면 '올바른 인생에 대하여'라고 붙였을 텐데.

하여튼 국가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올바름과 올바르게 사는 것, 또 이렇게 사는 것이 행복한지 철학적으로 논한 책이다. 다만 잘 찾기도 힘든 걸 돋보기로 살펴보는 수고를 피해, 큰 본보기를 그려서 자세히 보려다보니 서로 다른 정치체제를 가진 국가들을 만든 것이다. 그리고 그런 국가들과 닮은 사람들을 나열해 서두의 물음, 즉 올바름과 올바르지 못함 중에 어떤 것이 그 자체로도 좋은 것이며 그것과 함께 사는 것 중에 어떤 삶이 더 행복한 것인지 설명한다.

더 묻지 않아도 올바름과 올바르게 사는 것이 행복하다는 결론이다. 그와 반대라면 이 책은 지옥에서나 필독서라고 불리겠지. 처음 읽을 때는 복잡한 말들로 가득했던 것이 두 번째 읽을 때에야 비로소 그림으로 그리듯이 이해됐다. 사람이 살면서 무엇을 어떤 자세로 배워야 할지 또 평생 무엇을 놓치지 말아야 진정으로 행복한지 철학적으로 배우다보니, 그동안  ‘양심’이라고 쉽게 부르던 말은 생각보다 많은 노력을 들여 키워야 할 행복의 종자인 듯싶었다.

물론 영원하고 불변한 영혼의 세계까지 감안해 ‘올바른 삶에 뒤따르는 보상’을 설명한 것은, 인생은 짧고 순간을 즐기라는 상술이 판치는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조바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넓은 눈으로 인생을 바라보게 해준 철학자들의 대화가 시대를 관통하는 교훈으로 남은 건 그 속에 사는 사람은 변할 수 없기 때문 아닐까. 사람은 교육과 양육에 따라 피할 수 없는 정형화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인다. 만약 그의 영혼이 특별한 것처럼 그의 삶도 특별하려면, 바르게 살자.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한 날이 7월 1일 이고, 두 번 읽기를 마친 날이 8월 10일이니 꼬박 한 여름밤을 소크라테스, 플라톤과 함께한 셈이다. 물론 아직도 무덥고 그들은 아직도 할 말을 많이 남겨두었지만, 철학(philosophy)은 생각만큼 어려운 말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어원을 따져보면 지혜(sophos)와 사랑하다(philein)는 말의 합성어이니 ‘지혜를 사랑하는 것’말고 무슨 복잡한 기술이 들어있겠는가. 이 책을 통해 조금 더 지혜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나 또한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철학자)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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