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석 신부님께. 말기암이라는 진단을 받고도 아직 파놓다 만 톤즈의 우물을 걱정하시다뇨. 그들을 치료하려고 여기저기서 모아 놓은 약들을 걱정하시다뇨. 아무리 당신이 10년 가까이 온 삶을 바쳐 사랑한 그들이 생각난대도 온 몸 구석구석에 퍼진 암덩어리를 떼어내는 치료마저 마다하고 떠나시겠다뇨. 제가 먼저 알았다 한들 그렇게 보낼 수는 없었을 겁니다. 평생 마음 한구석에 죄송함으로 남았다던 어머님과 같은 마음으로, 그곳에 다시 쉽게 보내진 않았을 겁니다.
자꾸만 하나님께 끌리는 걸 어떡하냐고 울면서 고백하셨다죠. 그 힘든 의대교육을 다 마치고 10남매의 든든한 기둥이 될 걸로 모두가 기대한 그때에, 신부가 되겠다고 어머님께 말씀드리던 날 그렇게 함께 눈물을 흐리셨다죠. 사제 서품을 받은 뒤 아시아 사람으로는 처음으로 아프리카에, 그 중에서도 아직 분쟁의 총탄이 날아다니던 수단으로 가겠다고 했을 때 어머니는 다시한 번 울 수 밖에 없으셨다죠. 그래도 남들처럼 나쁜일이 아닌 사랑과 헌신을 위해 떠난다는데, 저라도 당신을 아니놓아줄 수 없었겠죠.
자신의 작은 능력이 그곳에선 크게 쓰임받을 수 있겠다는 고백이 있었지만, 당신 홀로 그곳에서 의사와 교사로써, 또 악단의 지휘자와 길잃은 자의 아버지로써 역할을 묵묵하게 담당하신 모습을 보면, 세상에 아무리 능력있는 사람이라도 감당할 수 없는 당신과 하나님의 일이었다고 말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누님의 말씀처럼 당신은 어려서부터 그들을 위해 쓰임받을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이겠죠. 하지만 길지 않은 인생을 산 당신을 아직 가슴에 뭍지 못하고 떠나보내신 어머님의 눈물에 저도 함께 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당신이 그들에게 남긴 그리스도의 향기가 이곳에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교회를 다녀본 적이 없는 제 애인은 하나님은 없을 거라고 말합니다. 있다면 왜 당신같은 사람을 그렇게 일찍 데리고 가냐고 말이죠. 그 눈을 보니 당신의 이야기에 한참동안 운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저는 몇마디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당신의 향기가 오늘처럼 퍼지기 위해, 한움쿰 향기를 내뿜으며 피어오른 꽃처럼 짧은 인생이지만 많은 씨앗을 뿌리고 떠났다고 말했습니다.
마음에 빚을 진 사람이 되었습니다. 세상에 잘난 사람들을 보며 그렇게 살아야지 사람답게 사는거라고 생각했지만 오늘 새로운 확신이 생겼습니다. 가난하지만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그들 바라보며 기뻐하신 당신의 미소에서, 또 당신을 성경에 나오는 하나님과 같은 사람이라고 여긴 그들의 눈물에서 베어나온 사람다운 삶의 향기를 맡은 것이죠. 저도 이곳을 떠날때는 녹슬어 못쓰게 되지 말고 닳아 없어지는 삶이 되길 바라며, 오늘밤도 당신을 위해 기도할 톤즈의 그들과 함께 당신의 이름을 기억하겠습니다.
책 영화 감상문
울지마 톤즈를 보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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