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마라톤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연습이 부족해서인지 설렘보단 걱정이 앞선다. 기왕 신청한 거 달려나 보자고 생각하지만, 매 대회 때마다 터지는 사고소식을 들으면 어깨가 잔뜩 움추러든다. 42.195km는 생각보다 먼 거리임이 분명하다. 이번 대회는 작년처럼 중도포기할 수 없어 어찌 되든지 간에 춘천으로 가자고 다짐했다. 무릎이 아파 중간에 쉬긴 했지만 그래도 꾸준히 10km씩은 달려왔던 터라, 걸어서라도 완주할 수 있겠다고 자기 암시를 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선물까지 받아가며 달린다. 춘천마라톤에 신청하면서 두 가지 이벤트에 응모했는데 둘 다 당첨된 것이다. 무려 러닝화 1족 교환권과 서울랜드 자유이용권 2장을 받았는데, 마라톤 참가비의 몇 배를 받은 셈이니 이걸로 만족해도 되겠다는 유혹은 쉽게 떨쳐내기 힘들었다.
아직 초보자인 내겐 아식스 타사가 맞지 않았나 보다. 달리고 나면 무릎과 엄지발가락이 아픈 걸 두고 훈련을 위해 꼭 참아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자기 수준에 맞는 신발을 신고 달려야 한다는 걸 몰랐던 것이다. 오늘 동네 아식스에 들러 GT 2150을 교환해 왔다.
러닝화가 내게 말을 걸었다. 자기 수준을 분명히 알라고, 그리고 처음의 다짐을 잊지 말라고. 어쩌면 끝까지 달릴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갈길이 너무 멀어 결승점이 눈에 아득하고, 나는 아직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았으며, 게다가 성적까지 좋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겁부터 나지만, 그래도 이번엔 달려 나갈 것이다. 이유는 단 하나. 아직 달려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초보자다. 달리기에 경험이 많지 않음은 물론, 마라톤을 풀코스로 달려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처음의 다짐을 잊지 않고 꾸준히 달린다면 나는 좋은 마라토너가 되어있을 것이다. 이런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할 날이 올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달리지 않는다면, 그때도 겁에 눌려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모습을 생각하니, 그런 못난 모습이 없다. 마라톤을 두고, 사람들은 아무 생각 없이 달릴 수 기쁨을 말하지만, 내게는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첫 도전이다. 일주일 뒤에, 두 발이 부르텄지만 끝까지 달렸다며 기쁘게 수기를 남길 수 있길 바라며. 나는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