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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의 세월

백수의 기록.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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膳物

 

정말 젊음은 젊은이에게 주기에 아까운 선물(膳物)이다. 오늘처럼 아침부터 인터넷을 하며 앉아있는 날은 특히 그런 생각에 죄책감마저 든다. 세상을 누비며 자신의 젊음을 당당하게 내비치는 남들의 모습을 많이 봐 왔기 때문일까.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자꾸만 가리려한다. 나에게 미안해진다.

 

영화 '은교'의 대사 한마디가 귓가에서 멤돈다. "너희 젊음이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아무것도 안했는데 젊음이 나를 찾아왔다. 그래서 그런 그에게 어떤 선물을 줄까 생각한다. 나중에 늙음에게서 되받을 걸 계산해 두었으니 속보이는 생각이지만, 내젊음이 고마운 건 사실이다.

 

먼훗날, 나와 무도대련을 하기 위해 긴장하며 서있는 사람, 나와 대화하기 위해 가슴조리며 앉아있는 사람이 많길 바란다. 그러나 지금은 나의 젊음에게 뿌듯함을 선물하고 싶어서 체육관에서 땀을 흘리고, 책상 앞에서 불을 밝힌다. 늙음에게서 또다시 뿌듯함이란 선물을 되받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저녁상에 오랜만에 순대국밥이 올랐다. 지난 대학생활동안 많은 이유로 즐겨찾던 메뉴, 나만의 보양식이다. 어머니는 나의 하루가 어떠했는지 알 리가 없지만, 오늘 하루 고생했고 내일도 힘내라며 끓여주신다. 내일은 또 어떤 선물이 기다리고 있을까 기대한다. 일단 아침에 일어나면 "내 젊음아 고맙다" 삼창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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