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熟成
텃밭에 방울토마토가 풍년이다. 여름이 오기전에는 언제 열매를 얻을 수 있을까 잎사귀만 쏘아봤는데, 이제는 다 익은 토마토를 따느라 매일 아침 텃밭에서 땀을 흘린다. 담장을 따라 가지런히 내리달린 고추도, 대문밖에 자리잡은 호박도 내겐 하루의 일감이다.
대문 밖 논에서는 아직 파릇한 벼들이 자라고 있다. 이 여름이 지나면 노랗게 익은 벼를 수확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릴 것이다. 그날을 기다리듯 마을 어르신들은 무심한듯 하지만 빈틈없이 당신네 논밭을 내려다 보고 있다. 큰 기계가 바삐 오가고 흙묻은 손은 마를 날이 없다.
같은 여름이지만 누군가에겐 열매를 거두는 시간이고, 누군가에겐 아직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다. 아직 씨를 뿌려야 하는 사람도 있고, 내려쬐는 햇볕을 묵묵히 받아내야하는 사람도 있다.
옆에서 익어가는 열매를 바라보며, 나는 아직 꽃도 피우지 못했다고 걱정할 필요없다. 내 삶의 열매는 언젠가 반드시 열린다. 그 때를 기대하며 숙성(熟成)의 시간을 받아내는 것이 충실한 열매를 얻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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