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진공의 세월

백수의 기록.16

728x90

口実


이번 주말 인천에 간다. 인명구조요원 검정에 참가하는 김에 결혼을 앞둔 친구와도 만난다. 나에게 사회를 부탁할 모양이다. 오랜만에 집을 떠날 구실(口実)이 생겼다. 오랜만에 좋아하는 까페에 들를 구실도, 한 이틀 사람구실할 기회도 생긴 것이다.


부족한 실력을 채우겠노라 입사를 포기한 지 2년이 돼간다. 그 동안 토익성적은 15점 올랐고, 일본어 성적이 생겼으며, 러시아어 문법을 알았다. 토지를 완독하고 검도와 유도, 수영을 넘나들며 부족한 무언가를 채우느라 분주했다. 그 내용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훌륭한 무관이 되고 싶었다. 다소 낡았지만 문무에 능한 사람, 이것이 내 꿈이고 살고 싶은 모습이었다. 그런데 나의 전력을 소상히 밝혀낼 신원조회가 걱정이다. 핑계없는 무덤은 없다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나는 전과자일 뿐이다. 이렇게 또 하나의 핑계가 나를 무력하게 한다.


일종의 보호본능이다. 자신에게 전가될 책임을 면제시켜주는 불가항적 핑계를 찾는 일은. 어떤일의 원동력도 되고, 방해물도 되는 핑계거리에 시간만 축내고 있다. 검도든 유도든 공격의 타이밍은 0.1%의 틈이다. 찰나를 뚫는 행동은 득점으로 이어지고, 기회를 옅보는 시간은 실기(失機)일 가능성이 더 크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