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口実
이번 주말 인천에 간다. 인명구조요원 검정에 참가하는 김에 결혼을 앞둔 친구와도 만난다. 나에게 사회를 부탁할 모양이다. 오랜만에 집을 떠날 구실(口実)이 생겼다. 오랜만에 좋아하는 까페에 들를 구실도, 한 이틀 사람구실할 기회도 생긴 것이다.
부족한 실력을 채우겠노라 입사를 포기한 지 2년이 돼간다. 그 동안 토익성적은 15점 올랐고, 일본어 성적이 생겼으며, 러시아어 문법을 알았다. 토지를 완독하고 검도와 유도, 수영을 넘나들며 부족한 무언가를 채우느라 분주했다. 그 내용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훌륭한 무관이 되고 싶었다. 다소 낡았지만 문무에 능한 사람, 이것이 내 꿈이고 살고 싶은 모습이었다. 그런데 나의 전력을 소상히 밝혀낼 신원조회가 걱정이다. 핑계없는 무덤은 없다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나는 전과자일 뿐이다. 이렇게 또 하나의 핑계가 나를 무력하게 한다.
일종의 보호본능이다. 자신에게 전가될 책임을 면제시켜주는 불가항적 핑계를 찾는 일은. 어떤일의 원동력도 되고, 방해물도 되는 핑계거리에 시간만 축내고 있다. 검도든 유도든 공격의 타이밍은 0.1%의 틈이다. 찰나를 뚫는 행동은 득점으로 이어지고, 기회를 옅보는 시간은 실기(失機)일 가능성이 더 크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