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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까지 방향의 실패를 하더라도, 삼십대는 한 길을 걷겠다고 다짐했다, 벌써 오래전에. 나는 강남의 한 상사에 취업했다. 두시간동안 사장님과 함께한 면접자리에서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 다시금 깨달았다. 열심히 살겠다고만 말했다. 나는 그 말을 지킬 것이다.
단벌신사의 상경기가 되겠다. 코트를 한 벌 사고, 트렁크를 닦으면서도 실감이 나지 않지만. 내일 모레 첫 출근을 앞둔 서른하나 신입영업사원의 기록이 되겠다. 당장은 열심히 배우는 것 뿐. 마음속에 5년 후, 10년 후 계획이 번득 지나가지만 말을 아끼는 것으로 시작한다.
일단은 화곡동 건형형님 댁에서 살기 시작한다. 보증금이 모이면 개포동으로 이사할 생각이다. 시세도 괜찮고 회사에서 가까우며 검도장이 있다. 평생 할 일도 중요하고, 같이 할 친구도 필요하다. 목표는 열심히 배우고 틈내서 운동하고 소중한 사람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어머니는 무조건 풍요롭게 시작하라시며 큰돈을 건네주셨지만,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그동안 부모님 헌신이 없었다면 어떻게 살 수 있었을까. 고마움과 미안함과 기대와 걱정이 교차되는 밤이다. 하지만 은근한 희망으로 잠못드는 집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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