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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닝, 밀링, 호닝, 브로칭, 이말을 안다면 공대거나 나처럼 기계 파는 사람일 것이다. 주물이란 이름의 소재들이 컨베이어 벨트를 지나갈 때, 온갖 날카롭고 거친 것들이 그 사이사이를 갈아서 깎아서 문질러서 하나의 부품으로 탈바꿈 시킨다.
가공하는 이유는 하나이다. 서로 맞닿는 부분에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것. 가능한 정밀하게 평평하게 상처 없게 만들어, 부드럽게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소음이 적어진다. 그걸 보고 성능이 좋다 한다. 더욱 첨단의 것이며, 비싸진다.
눈여겨 보지 않아 몰랐는데, 지갑의 귀퉁이가 다 닳았다. 수없이 쥐고 다닌 끝에 결국 한 끝이 터져 나왔다. 일부러 가공하지 않아도 쓰면 쓸수록 그 모진 곳은 마모되기 마련인가. 거기에 비해 내 마음 결은 아직 거칠다. 맞닿을 그것이 걱정이다.
지금의 현실에 의미를 부여하자는 게 아니다. 사실 나는 앞으로의 내모습을 말하지 않으려 한다. 그때의 이야기는 그때에 적힐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 살을 떼어 둥굴게 하는 것과, 제 살을 깎아먹는 사람이 되는 것은 다르다. 나는 다시 속에 말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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