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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버스기사 아저씨라 할 것도 없이, 그도 나도 생활 전선에 있는 하나의 사회인이다. 하루 중 대부분 앉아 있는 장소가 다를 뿐, 서로 아저씨라 부를 바에는 차라리 호칭을 않는 것이 낫겠다. 하여간 며칠 전 마을버스에서 조금 다른 기사님을 만나고 오랜만에 웃었다. 사회생활 시작하고 참 오랜만이다.
집에서 회사까지 2킬로미터. 걸어서 25분 걸리는 지척에 살면서 버스를 탄다는 것이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퇴근길 몸이 천근만근처럼 느껴질 때 주로 서초18번 마을 버스를 타고 집에 간다. 버스도 누군가의 일터인지라, 늦은 시간 일꾼의 지친 손길에 휘청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여기며 흔들흔들 서있는다.
그날 버스에 오르며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기사님의 정갈한 머리 매무세와 나비 넥타이였다. 그가 미처 궁금해 지기 전에 안내 방송에서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귀에 익숙한 안내양의 목소리는 집에 도착할 때까지 들을 수 없었고, 대신 클래시컬 음악이 쉼없이 흘러나왔다. 몇 마디 농담과 함께.
힘들 내라고 말을 걸던 것이다. 대답하는 사람이 없다며 머쓱하게 웃을 때 나도 대답대신 웃었다. 삶을 운행하는 방식도 제각각, 처한 현실에 대답하는 방식도 제각각이지만, 짧은 대화와 토막 웃음에도 힘이 나는 건 비슷한가보다. 요즘은 그 기사님이 계신가를 살핀다. 다음번엔 먼저 인사하고 타야겠다.
오랜만에 만났지만, 인사를 못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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